100년 넘은 이발관 지키는 여든의 이발사

이성각 2022. 6. 2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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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앵커]

우리 주변에서 차츰 사라져가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동네이발관인데요.

광양시 광양읍에 100년 넘게 이어져온 이발관.

이곳에서 5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가위를 잡고 있는 여든의 이발사 김형태씨를 이성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일제강점기인 1920년 즈음 광양시 광양읍 우산마을에 문을 연 '우산이발관'.

그 이름 그대로 같은 자리에서 100년을 넘겼습니다.

긴 역사 만큼 손님 대부분도 수십년 단골들입니다.

[정홍기 : "13살 때부터 다녔으니까, 내가 지금 77살입니다. 64년 다녔어요."]

[허광길 : "40년, 40년 단골입니다."]

100년 넘은 이 이발관의 주인은 스무살에 자격증을 딴 뒤로 60년, 이곳에서만 50년 가까이 가위를 잡아온 올해 여든의 이발사 김형태씨.

1대부터 4대까지 50여 년, 그리고 김형태씨가 우산이발관의 5대 이발사입니다.

[김형태/이발사 : "알아봤어요. 1대가 (1920년 즈음) 차려가지고 (시작)했다고 그래요."]

체력도, 시력도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섬세한 가위질에, 잔뜩 날 선 면도칼로 수염을 밀어내는 모습에선 연륜이 묻어납니다.

까까머리 중학생이 중년이 되어 불쑥 찾아올 수 있는 건 한 자리를 지켜온 덕분입니다.

[김형태/이발사 : "학교 다닐 때 30년 전에 봤는데, 지금까지 하신다고 나보고 건강하시다고 그런 분들이 두 분이 찾아왔어요."]

세월을 비켜가지 못해 은퇴를, 그리고 폐업을 고민하던 시점, 아버지가 만류할까, 몰래 이용사 자격증을 딴 막내딸의 도움이 큰 힘이 됐습니다.

[김형태/이발사 : "내가 그만둔다는 소식을 듣고 광주가서 학원 다니면서 이용 면허증을 따가지고 왔어요. 난 그런 걸 몰랐죠."]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며,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온 100년 이발관,

[김형태/이발사 : "'우산'이라는 이름이 안 변하겠죠. 우산이발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이어나가야죠."]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이발관 삼색 회전등은 오늘도 돌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성각입니다.

촬영기자:김종윤

이성각 기자 (dril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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