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값 폭등..꿀벌 부족 탓?
지난겨울과 올봄 사이 전국에서 발생한 60억~78억마리의 꿀벌 실종(폐사) 사태가 수박·참외의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에서 재배하는 농작물의 수분(수정)을 위한 꿀벌 임대 가격이 20% 정도 상승하고 꿀벌 부족에 의한 수분 불량이 수박 생산량 축소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 6월 수박 생산량(출하량)이 4% 정도 감소하면서 수박 가격이 급등했다. 연구원은 지난 5월 수박 가격이 전년 대비 38% 정도 상승했으며, 6월에는 평균 32% 정도 오를 것이라는 관측자료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수박 생산량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재배면적의 감소, 큰 일교차로 인한 생육 불량과 함께 수분 불량을 지목했다.
상황은 참외도 비슷하다. 참외도 수분을 위한 벌이 필요한 시기가 3월인데, 당시 벌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꿀벌 부족이 4월 중순~5월 초순 참외 생산량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시설(비닐하우스 등) 안에서 수박·참외를 재배하려면 수분을 해주는 꿀벌이 서식하는 벌통을 들여놔야 한다. 꿀벌이 부족하다 보니 꿀벌을 구하기도 어렵고 임대 가격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수분 불량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충남지역의 한 농민은 “올봄에 수분용 꿀벌 1통을 빌리는 데 6만원 정도 지불했다”면서 “지난해 5만원 선에서 20%나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이두희 충남농업기술원 과채연구소장은 “결과적으로 꿀벌 임대료가 급등했고, 농민들이 수분용 꿀벌을 충분하게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꿀벌의 감소를 수분 불량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꿀벌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수분이 제대로 안 됐을 수 있고 이게 수박과 참외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을에 수확하는 사과와 배에서도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과와 배는 대부분 자연 상태의 벌이나 양봉업자가 키우는 벌 등에 수분을 의존한다. 수분용 벌통을 일부러 갖다 놓는 경우는 사과 15%, 배 6~7% 정도에 그친다.
이경용 박사(농진청 화분매개연구실)는 “사과와 배도 꿀벌 감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실제 피해가 있는지는 수확량 추이를 봐야만 알 수 있다”면서 “홍로 등 추석용 사과가 나오는 9월쯤에는 꿀벌 감소에 따른 생산량 감소 여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5월 아까시나무 개화 시기부터 꿀벌의 번식이 왕성해지기 때문에 여름 이후에는 꿀벌 감소에 따른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배승석 한국양봉협회 충남지회 사무국장은 “지난 2~4월 꿀벌 실종 사태가 심각했지만, 아까시나무의 개화기인 5월 이후부터 번식이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봄이 지난 후 수분을 하는 작물은 꿀벌 감소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일 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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