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도 오르나..교육부 "정부 내 규제 완화 공감대, 조만간 결론"
학생회네트워크 "정부, 고물가 위기 속 학생에게 부담 전가"
교육부가 2009년부터 사실상 동결 상태인 대학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 방침이다. 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학 등록금마저 오를 경우 가계 부담이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각종 대학 규제 완화를 위해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전이라도 대학 규제개선위원회를 설치해 활동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대학총장세미나에 참석해 “우선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는 정부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이 돼 있다”며 “다만 어떤 방식으로 언제 풀어야 할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재정상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그간 동결해온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게 방안을 모색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교육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다만 등록금 규제 완화의 방법과 시기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장 차관은 밝혔다. 그는 “물가가 올라가는 상승기에서 이 규제를 푸는 시점을 언제로 해야 될 것이냐 하는 고민이 있다”며 “또 규제를 풀었을 때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지게 될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지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등록금 인상으로 학생 가구에 닥쳐올 경제적 부담을 완충해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재정당국과도 협의 중이다. 장 차관은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혀, 이르면 내년 1학기부터 등록금 규제가 풀릴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대학 등록금이 가파르게 올라 학생·학부모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2009년 대학 근로장학사업 평가 항목에 ‘등록금 인상률’을 추가했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등록금 인상 여부를 연계해 사실상 대학 등록금 동결을 유도한 것이다. 2010년에는 고등교육법을 정비해 각 대학이 최근 3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각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하고 있어 재정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대학들은 정부가 등록금을 사실상 동결하고 고등교육부문에 대한 재정 투자도 안정적으로 하지 않아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날 장 차관이 등록금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가장학금과 연계된 재정지원 방식에도 수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등록금 인상 시사에 대해 대학생단체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민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은 “물가가 오르고 있어 가계 부담이 큰 와중에 등록금까지 인상하게 허용하면 대학을 위해 학생의 삶은 돌보지 않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라며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상황을 감안하면 결국 정부가 부담을 학생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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