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들 '조롱 댓글'로 반발..김창룡 청장 용퇴론 재점화
경찰직협 "경찰국 신설 철회하라"..김 총장 퇴진 요구도
윤석열 대통령이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두고 강한 어조로 경찰 지휘부를 질책하자 정부의 경찰 통제 시도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 내부망에는 지난 21일 2시간여 만에 번복된 ‘치안정감 인사’ 공지글에 달았던 댓글이 잇따라 삭제됐다. 통상적으로 달리던 ‘축하 댓글’ 대신 항의의 뜻으로 ‘댓글 삭제’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지난 21일 오후 9시34분 경찰 내부망 ‘폴넷’에 올라온 치안감 전보 인사 공지에는 23일 오후 4시 기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삭제하였습니다’라고 적힌 댓글이 100여개 달렸다. 보통 전보 대상자 명단이 올라오면 축하 댓글이 달리는데 사상 초유의 치안감 인사 번복에 대한 항의와 조롱의 의미를 담아 ‘삭제’ 댓글을 달고 있는 것이다. 일부 경찰관들은 ‘이게 정상이고 공정이냐’ ‘요즘 장관들 보니까 아주 장관이다’ 등 댓글도 달았다.
김창룡 경찰청장 용퇴론도 재점화됐다. 경찰직장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 류근창 경감은 이날 내부망에 “이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 청장님의 용기있는 퇴장은 남은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청장님의 용퇴는 흔들리는 치안현장을, 강인하고 단단한 치안현장으로 바꿀 것”이라고 썼다. 그는 “행정안전부, 아니 새 정부는 전·현직 경찰을 매우 처참하게 만들고 있다. 거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제복 입은 경찰관에게 온갖 욕설을 내뱉는 주폭 수준의 주취자보다 더 심하게 경찰을 모욕하고 있다”고 했다.
차기 경찰청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에 대한 성토글도 올라왔다. 우 청장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이던 지난달 13일 행안부 자문위 1차 회의에 참석하는 등 정부의 경찰 통제 방안 추진 과정에 경찰 측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달 24일 치안정감으로 승진했고, 지난 9일 부산경찰청장으로 보직 인사가 났다.
전국 시·도 경찰직장협의회장단은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국 신설 추진을 철회하고 국가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의 독립적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실질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경찰국이 신설되면 경찰 수사가 정치권력 입맛에 맞게 기획되는 등 모든 피해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치안감 인사 번복 파문과 관련해 이날 “국기문란일 수 있다”고 경찰 지휘부를 강하게 질타한 것을 놓고도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박경종 강원 동해경찰서 직협회장은 “경찰이 (인사를) 먼저 발표하고 나서 그다음에 바뀌어 다시 나왔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서강오 전남 무안경찰서 직협회장은 ‘경찰보다 중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도 “법무부와 검찰은 동일체고 검찰 출신이 법무부를 장악하고 있지만 경찰 출신이 행안부 장관을 하진 않는다”고 반박했다.
총경급 간부가 처음으로 자문위 권고안에 반대해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박송희 전남 자치경찰정책과장은 ‘경찰청 중립성 보장, 권력종속 NO! 민주통제 YES!’가 적힌 팻말을 들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위를 했다.
이유진·박하얀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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