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자재비 폭등..고환율에도 못 웃는 수출

이윤주 기자 입력 2022. 6. 23. 21:11 수정 2022. 6. 23.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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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우려 속…다시 만난 원·달러 환율 1300원대 원·달러 환율이 4.50원 오른 1301.8원으로 거래를 마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7월 이후 12년11개월여 만이다. 문재원 기자
세계 경기 둔화…교역 위축
원자재값 상승에 환율 부담
중간재 수입비용 높아져
수출기업 긍정 효과 난망
상반기 무역적자 최대 예상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달러당 1300원을 넘어서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은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수출국의 경기가 둔화하는 조짐이 뚜렷하고 원자재값 상승에 환율 상승 효과까지 겹쳐 수입물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환율이 가뜩이나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물가를 부채질하고 이것이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이어지면서 실물경제를 더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게 됐다.

23일 국제금융센터 등의 자료를 보면 세계 경제는 ‘강달러·고유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여기에 경기 둔화 가능성도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는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 압력 확대, 공격적 통화긴축, 공급망 교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퍼펙트 스톰’에 직면해 경기 침체에 진입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의 경기 침체 진입 확률을 15%에서 30%로 높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폭증했던 제품 수요는 줄어들고, 각종 비용 부담은 더 늘어나는 형국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체질 개선을 계속해왔고 신흥국에서 선진국 수준에 진입을 했다”면서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었다고 해서 바로 위기로 전이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원·달러 환율 1300원’이라는 지표가 주는 부담과 상징성은 작지 않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외국에서 물건을 사오는 수입물가는 비싸지기 때문이다. 석유류를 비롯해 각종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수입물가를 더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한다면 기업이 환율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서 위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수출기업의 중간재 수입비용이 너무 높아져 채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용 측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하면서 교역 자체도 위축되는 모습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6월1~20일 수출은 1년 전보다 3.4%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76억42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매월 1~20일 기준으로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반기 전망은 더 어둡다. 무역협회는 올해 하반기 국내 수출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3.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 증가율 전망치 15.2%에 비해 큰 폭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협회는 “글로벌 성장 둔화 여파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훼손 그리고 신흥국의 부실 리스크 등에 따른 교역 둔화가 국내 수출 둔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입은 증가하는데 수출 증가세는 둔화하면서 무역적자 폭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무역수지는 154억6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 규모가 집계 이후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450억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흑자 규모(883억달러)보다 대폭 줄어든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 감소는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여서 또다시 원화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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