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기문란"..인사 번복, 경찰에 '화살'

심진용 기자 2022. 6. 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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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청장에 '질타성 메시지'
책임 공방 속 행안부에 힘 실어
경찰국 관련 "법무부에도 검찰국"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대해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하며 경찰을 질타했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이 책임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행안부에 힘을 실었다. 경찰국 신설 관련 경찰 반발에 대한 기선제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는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총장 패싱’ 검찰 인사 논란에 대해서는 “법무장관이 제대로 잘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검경 장악’ 인사 비판에 강공으로 맞선 셈이다.

윤 대통령은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경찰 인사 논란 관련 질문을 받고 “참 어이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대통령의 재가도 나지 않고, 행안부가 검토해서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가 유출되고, 언론에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간다는 것은 중대한 국기문란 아니면 어이없는 과오”라고 말했다.

경찰과 행안부는 서로 책임을 물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이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에 먼저 공지해서 사달이 났다”고 했다. 경찰은 “행안부에서 최종본이라고 온 것을 내부망에 게시했는데, 행안부가 다른 안이 최종본이라며 수정을 요청했다”고 했다. 대통령 결재 전 공지는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강한 질타는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발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경찰이 ‘관행’이라고 해명한 대통령 결재 전 인사 공지를 두고 “국기문란”이라는 표현을 2차례나 썼다. “어이없는 과오”라고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사안 유출에 대해 “경찰의 조직적 저항이라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국기문란”이라는 표현은 경찰의 의도된 유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관행’이라는 경찰 해명에 특히 분노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경찰 잘못을 강하게 지적하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경찰국 신설이 경찰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경찰보다 더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고 답했다. 행안부와 경찰 자체조사 결과에 따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이 감찰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책임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전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임명 전 검사장급 이상 인사를 단행한 것에는 “책임장관으로서 인사 권한을 대폭 부여했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이 아주 제대로 잘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식물총장’ ‘총장 패싱’ 우려에는 “검찰총장이 식물이 될 수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후임 검찰총장이 사실상 인사권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는 점에서 한 장관의 검찰 장악력이 한층 확고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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