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1세대 배우들 '친분 캐스팅' 논란에 "지켜야 할 정도 있어"
오는 8월 개막하는 뮤지컬 <엘리자벳>의 ‘친분 캐스팅’ 공방이 고소전으로까지 번지자 1세대 뮤지컬 배우들이 이례적으로 업계 내 불공정을 자정하자는 호소문을 냈다.
배우 박칼린·최정원·남경주는 지난 22일 ‘모든 뮤지컬인들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최근 일어난 뮤지컬계의 고소 사건에 대해 뮤지컬을 사랑하고 종사하는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저희는 뮤지컬 1세대의 배우들로서 더욱 비탄의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 모두는 각자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正道)가 있다”면서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뮤지컬 <엘리자벳>의 캐스팅 발표에서 촉발됐다. 국내 초연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에서 주연 엘리자벳에 옥주현과 이지혜가 더블 캐스팅됐다. 2012년 초연한 <엘리자벳>은 이제까지 네 차례 공연에서 옥주현, 김소현, 김선영, 조정은, 신영숙이 타이틀롤을 맡아왔다. 2013년과 2018~2019년 공연에서 ‘쏘엘리’로 불리며 인기를 얻은 배우 김소현이 캐스팅 명단에서 빠지고 옥주현과 친분이 있는 이지혜가 캐스팅된 것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인맥 캐스팅’ 의혹을 제기했다.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을 쓰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해당 게시물이 옥주현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오가자 옥주현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뮤지컬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는 “캐스팅은 주·조연 배우를 포함해 앙상블 배우까지 모두 원작사의 최종 승인이 없이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일 옥주현이 김호영과 누리꾼 2명 등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논란은 뮤지컬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1세대 뮤지컬 배우들은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면서 “공연 환경이 몇몇 특정인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 배우에게 공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지금의 이 사태는 정도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선배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수십년간 이어온 뮤지컬 무대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겠다. 뮤지컬을 행하는 모든 과정 안에 불공정과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을 직시하고 올바로 바뀔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들의 이례적인 입장문 발표에 다른 뮤지컬 배우들도 지지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엘리자벳 캐스팅이 불발된 김소현을 비롯해 최재림, 정선아, 차지현, 정성화, 신영숙 등이 개인 SNS 계정에 이들의 입장문을 올리며 ‘동참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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