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장이 한국 배구에 전한 조언 "높이 누르는 스피드로 색깔 찾아라"(종합)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랑스 남자대표팀을 이끌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로랑 틸리 감독이 한국 배구에 "높이가 부족하더라도 높이를 이기는 스피드로 한국 배구만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 스탠포드 호텔에서 2022 해외 우수 배구 지도자 초청 기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엔 세계적 명장 틸리 감독과 마시모 바르볼리니 감독이 강사로 나섰고, 임도헌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을 포함해 V리그 남녀부 14개팀 코칭스태프, 국내 초·중·고·대학 배구 관계자 등 약 120여명이 참석해 귀를 기울였다.
해외 지도자를 초청해 기술 세미나를 개최한 건 이번이 최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해외 명장의 강연을 통해 국내 지도자들과의 국제적 교류를 하기 위함이다.
틸리 감독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남자 프랑스 대표팀을 맡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2015년과 2017년 월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현재는 일본 프로배구 파나소닉 팬더스를 맡고 있다.
다만 틸리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이 자리에 직접 참가하지는 못했고, 영상을 통해 비대면 강연을 진행했다.
틸리 감독은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며 프랑스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관련해 "그렇다면 한국 남자 배구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방식의 접근이 좋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틸리 감독은 "프랑스도 (유럽에 비해) 신장이 크지 않다. 그래서 키가 작은 블로커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 각도를 잡거나 포지션을 잘 선정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면서 "한국도 신장이 크지는 않다. 한국만의 특성을 살려서 높이를 누르는 스피드 같은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훈련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또한 틸리 감독은 한국 배구를 위해 "팀 전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기술, 능력, 체력은 물론 심리적 요소까지 꼼꼼하게 관리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올림픽 메달을 위해 부임 초기부터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르볼리니 감독이 나섰다. 이탈리아 출신의 바르볼리니 감독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여자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을 이끌며 월드컵 우승 2회, 유럽 챔피언십 2회 등의 우승을 했고 노바라와 페루지아 등 이탈리아 여자 프로배구 팀을 맡아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4회나 이끈 명장이다.
바르볼리니 감독은 배구 강국 센터의 블로킹 지도 방법 및 전략 전술적 활용법에 대해 설명했다.
상대팀에 따른 리딩 블로킹 전술, 블로킹 셋업 위치와 수비 시스템의 전략적 선택 방법 등을 국내 지도자들과 공유했다. 지도자들은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는 등 활발하게 교류했다.
아울러 블로킹의 높이가 낮을 때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를 문의한 고희진 KGC인삼공사 감독의 질문에는 "상대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기존 데이터와 직감을 종합해서 의사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두 감독은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세미나에서 미처 하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도 전했다.
유럽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뒤 현재는 일본 팀 파나소닉 지휘봉을 잡고 있는 틸리 감독은 일본 남자 대표팀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신장이 작음에도 국제무대에서 선전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2004 아테네 올림픽 이후로 긴 시간 고전하고 있는 한국 남자 배구가 새겨들어야 할 고언이었다.
틸리 감독은 "일본은 신장이 작지만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그리고 직접 겪어보니 반복된 기술 훈련을 많이 한다. 빠른 템포의 요즘 배구에 맞춰 여러 상황의 공들을 많이 연습한다. 아울러 새로운 시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바르볼리니 감독은 세대 교체를 하면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한국 여자 배구에 대해 조언했다.
한국 여자 배구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지만, 김연경(흥국생명)과 양효진(현대건설) 등 기존 주축 선수들이 은퇴한 후 젊은 선수들이 합류하는 과정에서 전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르볼리니 감독은 "세대교체라는 건 원래 쉽지 않다. 바로 전처럼 곧바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며 조급함을 버릴 것을 강조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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