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킴 김창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서 열세 번째 개인전

김정모 2022. 6. 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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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레디메이드 오브제 등 60여점 선보여
‘씨킴(CI KIM) 김창일’이 열세 번째 개인전 오프닝에 앞서 23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프레스데이 행사를 가졌다.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이자 미술가인 ‘씨킴(CI KIM) 김창일’이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열세 번째 개인전 ‘Overcome Such Feelings’를 연다.

씨킴은 개인전 오프닝에 앞서 23일 전시회장에서 프레스데이 행사를 갖고 기자들에게 모든 작품을 한점 한점 소개하고 작업과정을 공개했다.

24일부터 내년 4월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레디메이드 오브제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 60여점을 선보인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 가운데는 대작이 다수 포함돼 있다. 20년 넘게 작품 활동을 해 온 씨킴의 정체성이 잘 드러난 작품들이 많다는 평이다.

아라리오 뮤지엄 송예진 디렉터에 따르면 씨킴의 작업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은 버려진 오브제의 활용이다. 오브제는 초현실주의 미술에서, 작품에 쓴 일상생활 용품이나 자연물 또는 예술과 무관한 물건을 본래의 용도에서 분리하여 작품에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일으키는 상징적 기능의 물체를 이르는 말이다.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 과정을 설명하는 씨킴.
씨킴은 평생에 걸쳐 자신이 사용한 일상용품들을 버리지 않고 수집해왔다. 어린 시절부터 무리와 동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한 그는 쓰임이 다해 본래의 자리에서 소외되는 물건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그들에게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문이나 잡지, 우편엽서나 포스터 등 이미지와 텍스트가 포함된 배포용 인쇄물들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을 많이 선보인다.

매일같이 날아오는 수많은 우편물들은 오랫동안 씨킴에게 작품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토대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어 왔다. 전문가들에 의해 까다롭게 선택된 종이의 텍스처와 좋은 잉크로 인쇄된 이미지, 세련된 글자의 폰트와 화면의 레이아웃 디자인 등 시각적인 요소들로 가득한 인쇄물들은 그에게 끊임없는 예술적 자극제가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롤링스톤’, ‘포춘’, ‘GQ’, ‘TIME’ 등 대중잡지의 커버 이미지를 활용한 200호 커피 페인팅 연작 9점을 선보인다. 유명인사들의 얼굴과 텍스트가 화면 가득 들어간 잡지의 표지, 즉 대중문화와 디자인적 요소가 가득한 화면에 회화적 터치가 가미된 대형 작품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마치 잡지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며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을 만들어낸다. 하루가 지나면 버려지는 각종 일간지 신문들도 씨킴 작업에서 중요한 매체로 활용된다. 별도의 종이나 오브제를 채색할 때, 바닥에 물감이 묻거나 흐르지 않도록 밑받침으로 활용되던 신문들은 오브제가 빠져나간 빈 자리와 물감 자국과 함께 그 자체로 또 다른 작품으로 완성된다.

기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씨킴.
씨킴의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또 다른 중요한 키워드는 ‘재료의 실험’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작가는 이질적인 재료들의 조합을 끊임없이 실험하며 기성 예술의 문법에 도전해왔다. 회화의 재료로 인지되지 못했던 토마토, 블루베리, 들기름, 커피 같은 식재료를 활용한 작업들이 대표적이다. 또한, 자신의 오랜 사업적 경험과 맞닿아 있는 시멘트, 철가루, 목재, 목공용 본드 등 건축현장의 재료들도 작업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이번 전시에서도 크레파스와 파스텔을 이용해 마치 어린 아이의 그림처럼 자유롭고 순수한 터치가 엿보이는 페인팅들과 손 글씨를 네온으로 제작하여 거울에 부착해 반사시키는 작업, 죽은 분재를 브론즈로 캐스팅한 조각 등 끊임없이 새로운 물성을 탐구하고 실험해 온 작가의 신작들을 볼 수 있다. 그에게 새로운 재료를 활용한 작업은 언제나 긴장과 설렘, 두려움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동반한다. 모든 실험이 그렇듯, 결과는 때론 성공으로, 때론 실패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재료들과 한 데 엉켜 싸우며 이러한 감정들을 극복(Overcome)해나가는 작업의 과정은 죽음의 늪에서 생명을 찾아내어 영혼을 소생시키고자 하는 씨킴의 견고한 예술적 의지의 발현으로 읽힌다.

4층에 전시되는 ‘A time of suffering is followed by dreams(고통의 시간 뒤에는 꿈이 따른다)’ 라는 영어 문구가 적힌 네온 작품은 지난 4년 동안 매 해 개인전을 개최하며 열정적으로 작업해 온 씨킴의 고백이다. 작가에게 있어 작품 활동은 꿈을 향한 고통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시 제목 ‘Overcome Such Feelings’를 통해 빈 캔버스에서 시작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감정과 두려움의 순간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맞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씨킴은 아트상품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의 남성 어반 캐주얼 브랜드 '시리즈(Series)'와 협업한 티셔츠 8종도 함께 선보인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 선글라스나 의류 등을 제작해 왔던 씨킴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단순히 티셔츠에 이미지만 입히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의복의 각 요소를 창의적으로 변형, 디자인했다. 마스크를 넣기 위한 커다란 주머니, 손목시계를 보기 위해 소매를 걷어 올리지 않아도 되도록 고안한 언밸런스 소매, 간혹 오프닝 파티에 갈 때 재킷 안에 입을 수 있도록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오는 긴 셔츠 등 코로나 시대에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각종 기능을 작가의 독특한 시각으로 담아냈다.

씨킴은 현재까지 총 13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예술의 전당, MdBK라이프치히,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와 탑동시네마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씨킴은 2002년 천안에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을 개관한 걸 필두로 2006년엔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현재 삼청동)을, 2014년엔 제주도에 4개 관의 아라리오 뮤지엄과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사옥을 개조한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를 열었다. 올 가을에는 중국 상하이에 ‘아라리로갤러리 상하이’를 오픈할 계획이다.

그는 “제 작품 활동 가치관은 ‘생명과 영혼’으로 함축할 수 있다”며 “일상 생활에서 폐기물이나 쓰레기로 버려진 소재에 생명을 불어 넣는 작품 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생명과 영혼을 전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천안=글·사진 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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