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 '공포지수' 투자, 까딱 방심하면 더 손해본다

신수지 기자 2022. 6. 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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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VIX 투자, 알고 합시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 개미’들은 요즘 밤잠을 설치는 중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고조되면서 주가 지수가 하루에도 2~3%씩 널뛰기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은 공포에 베팅하는 상품에 투자해 증시 급락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증시가 크게 흔들릴수록 수익이 높아지는 ‘VIX(변동성지수·Volatility Index) ETF’다.

VIX ETF(상장지수펀드) 중 하나인 ‘프로셰어즈 울트라 VIX 단기 선물 ETF(UVXY)’에는 이달 들어 1억1279만달러(약 1469억원)가 유입됐다. S&P500을 추종하는 대형 ETF인 ‘SPDR S&P 500 ETF 트러스트(SPY)’에서 3억8793만달러(약 5053억원)가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서학 개미들 역시 VIX ETF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15일 현재 국내 투자자들은 UVXY를 1236만달러(약 159억원) 순매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같은 쟁쟁한 종목들을 제치고 이달 들어 서학 개미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 가운데 7위다.

그래픽=김의균

◇공포에 정면 베팅

VIX 지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된 S&P500 지수옵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나타낸 지수를 뜻한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옵션 수요가 증가해 옵션 가격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VIX 지수도 올라가게 된다. 대개 상승장보다는 하락장에서 주가가 훨씬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VIX 지수는 주가 하락에 더 민감하다. 이로 인해 VIX 지수는 시장이 불안하거나 급락할 때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공포 지수(fear index)’라고도 불린다. 투자자들은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 VIX 지수를 활용해 시장의 리스크나 스트레스를 측정한다.

통상 VIX 지수가 30 이상일 경우 시장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VIX 지수는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장중 89.53까지 치솟았고,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초기였던 2020년 3월에는 85.49까지 올랐다. 21일 현재 VIX 지수는 30.19로 연초(16.6)보다 82% 올랐으나, 역사적 위기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낮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각종 경제 제재가 쏟아지던 지난 3월(36.45)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투자은행 에버코어ISI의 줄리언 에마누엘 수석전략가는 “VIX 지수가 최소한 40은 넘어야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VIX 지수를 활용한 파생상품 가운데 VIX 현재가를 정확하게 추종하는 상품은 없다. 대신 VIX 선물 계약을 추종하는 ETF는 미 증시에 10개 상장돼 있다. 설정액이 가장 큰 UVXY는 만기 1~2개월 이내의 선물 계약 포지션으로 구성된 지수의 일일 성과를 1.5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VIX 선물 지수가 1% 오르면 1.5% 상승하고, 반대로 1% 내리면 1.5% 하락한다는 뜻이다. 운용 수수료가 1.65%로 일반 지수 ETF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올해 S&P500 지수가 21% 하락한 것과 비교해 UVXY 수익률은 34%를 기록하고 있다. 전쟁과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VIX 지수를 자극하는 이슈가 많아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레버리지 상품이 부담스럽다면 만기 1개월 내의 VIX 선물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VIX 단기 선물 ETF(VIXY)’도 있다. VIXY는 운용 수수료가 0.85%로 UVXY에 비해 저렴하다.

◇장기 투자는 금물

다만 VIX ETF는 시장 상황을 보며 단기적으로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장기적으로는 우하향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커질 때 오르는 VIX 지수의 특성 때문에 시간이 지나 변동성이 다시 낮아지면 지수도 하락해 제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롤오버(선물 교체) 비용이 누적된다는 점도 장기 투자를 피해야 하는 이유다. VIX ETF는 VIX 지수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매월 롤오버가 필요하다. 예컨대 현재 ETF가 7월물 VIX 지수에 투자하고 있다면, 만기가 도래할 때 7월물을 팔고 다시 8월물로 갈아타야 한다는 뜻이다. 미래로 갈수록 불확실성이 높으므로 VIX 선물의 가격은 최근 월물보다 다음 월물 가격이 더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보유하고 있는 선물을 팔고, 상대적으로 비싼 다음 달 선물을 다시 사야 하는데 이 비용이 ETF 가격에 반영돼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갉아먹는다. 이 때문에 VIX 지수 상승률과 VIX ETF 수익률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 올 들어 VIX 지수는 82% 상승했으나, UVXY는 레버리지 상품인데도 수익률이 34%에 그쳤다. 장기 수익률은 더욱 처참하다. UVXY의 최근 1년 수익률은 -51%, 최근 3년 수익률은 -95%에 이른다.

급격한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상장 폐지 등 운용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3월 VIX 선물의 변동성이 커지자 가장 오래된 VIX 파생상품 중 하나인 바클레이스의 ‘아이패스 시리즈B S&P500 VIX 단기 선물 ETN(VXX)’의 신주 발행과 판매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문회사 ETF스토어의 네이트 제라시 회장은 블룸버그에 “최근 몇 주처럼 시장의 거친 변동성이 계속된다면 VIX ETF는 돈을 끌어당기는 자석이 될 것”이라면서도 “급격하게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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