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대학 규제 완화..지역大 위기 타개책 될까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 증가 우려..지역균형발전 역행 지적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선호 현상으로 지역 대학은 10여 년 넘은 등록금 동결로 재정과 직결된 정부 진단평가에 매달려야 하는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역대학 위기론'이 연일 화두로 오르고 있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고비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 규제 완화를 통한 '자율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학이 역동적인 혁신 허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을 확충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대폭 개혁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규제 혁신이 지역대학의 위기 극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경제 활성화와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빌미 삼아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대학의 몰락은 지역 소멸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실효성이 전제된 고등교육 정책은 정부와 지자체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자리잡게 됐다. 지역 대학도 통합 카드를 꺼내 드는 등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지방대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해봤다.
◇'대학 규제 손질'…자율적 혁신 뒷받침=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대학 규제 완화'는 '대학 기본역량진단' 폐지와 궤를 같이 한다.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일명 '대학 살생부'로 불린 진단평가는 오는 12월까지 자율계획에 따른 선(先) 재정지원·후(後) 성과관리로 개편될 예정이다.
그간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미선정된 탈락 대학에는 연간 50억 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금이 제한됐다. 신입생 미달과 등록금 동결로 예산확보가 절실한 대학들은 '부실 대학'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 평가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진단평가 방식은 각 대학의 특성화 전략과 규모,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평가라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된 충남 논산 소재의 금강대는 교육부의 진단평가가 '대형 대학에 맞춰진 평가'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상교 금강대 교학지원처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금강대는 2002년 개교 후 매년 100명만을 선발하고, 매년 재단에서 70여 억 원을 지원받아 학생 전원에게 4년간 전액 장학금과 졸업 후 해외 유학까지 지원하고 있다"며 "개교 이래 등록금을 받는 대학이 아니기에 학생 수를 다 채우지 않았고, 전교생 다 합쳐도 400명이 되지 않는 작은 대학이라 대형 대학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평가 항목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어 그 결과 '재정지원 제한대학'이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뒷받침하는 재정 확충 방안도 펼친다. 유치원과 초·중·고 교육에만 사용되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고등교육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까지 풀리나…우려감 증폭=윤 정부는 대학 자율성 강화를 목표로 학과정원·대학평가·학사관리·대학운영 등 고등교육 전반에 걸쳐 규제 개편을 추진한다.
다만, 지역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대학 규제 완화가 수도권 대학의 '인재 블랙홀'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명분으로 교육개혁을 예고한 만큼, 그간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보호됐던 수도권 대학의 정원 총량 또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과제의 틀 아래에서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을 종합적인 측면에서 재설계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구 갑)은 지난 22일 열린 '반도체 인재 양성 정책토론회'에서 "최근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의 대안으로 내놓은 수도권 및 지방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는 근본적인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지역 균형발전을 국정 운영방안으로 내세운 새 정부의 기조에도 반하며 지방대학 소멸 등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벼랑 끝' 지역 대학…'혁신' 꾀하는 대전권大=학령인구 감소 속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더 심화하고 있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1학년도 전국 일반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4.9%였다. 이는 전년(98.9%) 대비 4.0% 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인구 절벽'을 실감케하나, 대전(94.9%), 충북(92.8%)과 비교하면 수도권인 서울(99.5%), 인천(98.6%), 경기(98.5%)와의 격차가 컸다. 총 미달 인원인 1만 5986명의 93.8%에 달하는 1만 4989명이 비수도권 대학에서 발생한 것이다.
지역 간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학령인구가 2024년도까지 급격히 감소해 미충원 인원이 약 1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지역대학 입학정원이 약 29만 명임을 고려한다면, 3분의 1이 넘는다.
지역 대학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충남대가 추진하고 있는 충청권 국립대 통합 논의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21일 발표된 '충남대 혁신방안 연구용역'에서는 "새로운 정부의 정책 방향 등으로 인해 연구중심대학의 역할 확대를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며, 그 방안의 하나로 통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생존의 문제를 넘어 혁신을 통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을 것인가의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면서도, 정원감축, 학사구조개편 등 내부혁신은 기존 혁신의 실행과정,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전 A 대학 관계자는 "학령 인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데 비해 대학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많고 획일적으로 관리돼 왔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구조조정과 대학 간 통합 등을 개선의 근본적 틀로 삼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취업부터 정주여건, 수도권 규제 등 중장기적 대응책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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