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인순이부터 故 송해 선생님까지.. 메타버스 '부캐 세상' 만들어요"
연예인 IP 활용 부캐 만들어 매니지먼트 사업
부캐들 방송·음원·웹드라마·콘서트 등 활동
"진짜·가상 인간 공존 메타버스 2.0 만들 것"
"개발자 구인난? 우린 그런 거 몰라요."
개발자 모시기 전쟁 시대에 채용공고를 하면 수백명 단위로 지원자가 몰리는 기업이 있다. 투자자 라인업도 화려하다.
네이버제트, 두나무 등 국내에서 혁신 좀 한다는 기업과 기업가들이 갤럭시코퍼레이션 자회사 페르소나스페이스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메타버스 아바타 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이다. 2019년 8월 설립된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연예인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아바타, 일명 '부캐(부캐릭터)'를 만들어 매니지먼트 사업을 한다. 만들어진 부캐들은 방송, 음원, 웹드라마, 콘서트 등에서 활동을 펼친다.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대표(33)는 "작년 7명으로 시작한 연예인 아바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힙합가수 매드크라운의 부캐로, 고무장갑을 뒤집어쓴 '마미손'이 대표적이다. 산이, 더원, 폴킴, 인순이, 원슈타인 등의 부캐도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자회사 페르소나스페이스와 함께 최초의 메타버스 TV 예능 프로그램인 '부캐전성시대'도 제작했다. 부캐전성시대는 페르소나별의 수도 새울시가 정체불명의 '블루 바이러스'로 힘겨워 하고 있는 시대에, 그 치료제인 '행복'을 찾기 위해 나선 다섯 분파의 이야기를 다룬다. 마미손을 비롯해 인순이, 더원, 개그맨 심형래, 유세윤 등이 부캐와 함께 등장했다.
지난 21일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누리호 2차 발사 기념행사와 라이브 응원 이벤트도 열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캐릭터 IP 중 하나인 '디스코'가 MC를 맡아 디스코와 함께하는 누리호 사전지식 테스트를 하고 카운트다운부터 중계까지 함께 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이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 '갤럭시유니버스'에서도 누리호 이벤트가 진행됐다.
최 대표는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메타버스2.0이다. 가상공간과 아바타만 있는 게 메타버스1.0이라면, 진짜 인간과 가상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이 바로 2.0"이라고 말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현실에 없는 가상 캐릭터도 만들어낸다. 연예인의 부캐는 '휴먼 아바', 회사가 창조해낸 가상 캐릭터는 '알파 아바'로 불린다. 회사는 메타버스 세상에 '아바'라는 행성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연예기획사를 인수하고, 금융·유통·제조 등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해 B2B(기업간 거래) 사업들도 펼친다.
최 대표는 "누구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계정이 있듯이 머지 않아 아바타 하나씩은 가지는 세상이 올 것"이라면서 "한 사람의 부캐나 아바타가 한 명일 필요도 없다. 서로 다른 가상공간에서 성격도 특기도 다른 부캐가 활동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예인들이 쉬는 동안에도 부캐는 지치지 않고 활동한다. 마미손은 사이버 공간을 활약하며 '본캐'(본캐릭터) 매드크라운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 부캐는 삶과 죽음의 경계도 뛰어넘는다. 갤럭시코퍼레이션에는 고인이 된 듀스 김성재, 김자옥, 송해 등 망자 IP도 소속돼 있다.
최 대표는 "메타버스에서는 인간이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 망자도 불러오고 젊어질 수도 있고 남자가 여자가 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부캐 IP 계약을 맺은 연예인은 60명에 달한다. 가수 설운도, 인순이, 태진아 등도 포함된다.
연예인들은 메타버스에서 평소 자신에게 불만이던 점을 없애고 희망사항을 100% 반영한다. 어려서부터 외모가 트라우마였던 인순이는 이집트 여왕 컨셉으로 부캐를 탄생시켰다. 작은 키가 고민이었던 원슈타인은 15등신의 부캐를 만들어냈다. 배우 이지훈은 자신의 전성기 시절인 20대 초반의 모습을 재현했다. 어려서 아이돌을 꿈꿨지만 외모 때문에 좌절했던 폴킴은 아이돌처럼 인형 같은 외모의 부캐를 만들었다. 말라깽이인 산이는 마동석 같이 근육질의 저승사자 컨셉 아바타를 선택했다.
최 대표는 "연예인들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쉽게 소속사를 옮긴다. 돈으로도 그들을 소유할 수 없음을 깨달은 후 가상인간에 꽂혔다. 진짜 인간은 사건사고가 많은데 아바타는 그럴 일도 없다"고 말했다.
아바타는 인간과의 싱크로율을 100%부터 10% 수준까지 조절해 만들 수 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60~80% 수준을 지향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일반인들도 유튜브에서 자신의 얼굴을 나타내지 않고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만들어 내보내는 게 유행이다.
최 대표는 "몇년 전 O2O(온·오프라인 연계)가 대유행이었다면 1~2년 후에는 M2O(메타버스와 온·오프라인 연계)가 유행일 거다.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쇼핑도 아바타가 게임하듯이 재미있어진다"고 말했다.
갤럭시 유니버스라는 메타버스 플랫폼도 만들고 있다. 연예인들이 콘서트를 할 수도 있고 아이돌과 팬이 만나 소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 플랫폼보다는 아바타 포털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최 대표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수년 내에 수백개까지 늘었다가 결국 10개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면서 "그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신 어느 플랫폼에서나 활동할 수 있는 아바타를 통해 모든 플랫폼과 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에 빠져 중학교 2학년 때는 전국대회에서 2등까지 한 최 대표에게 메타버스는 20년 전부터 익숙한 세상이다. 중·고등학생 때는 학교를 거의 안 다니고 세계 약 40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경험했다. 창의력 올림피아드에 도전해 국내 2등, 세계 8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23살 때는 프랑스 리옹에서 오프라인 잡지 회사를 설립해 쓰라린 실패도 경험했다.
그는 메타버스 사업을 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행복해야 가족도, 주변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직함도 CEO 대신 CHO(최고행복책임자)로 붙였다.
그는 "메타버스 분야는 애플도 대기업도 고민이 비슷하다. 모두가 아직 제로인 상태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행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회사와 제주의 집을 오가며 활동하는 최 대표는 내년 제주도에 메타버스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가상이 현실을 돕는 게 메타버스 본질이다. 게임에서는 현실과 가상이 분리됐던 것과 달리 가상의 모든 것이 현실을 도와야 한다"면서 "메타버스에서는 동맹이 핵심이다. 현재 50개 기업과 협력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500개까지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마신 스타벅스 커피를 내 아바타가 메타버스에서도 마실 수 있게 이 세상 모든 소비재를 아우르는 통일된 파일포맷을 만들고 싶다"면서 "문화와 과학을 아우르는 컬처사이언티스트로 활동하는 것도 꿈"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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