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성 "내 대표작은 아르쉬투룩 대왕..45년만에 무대"

신효령 2022. 6. 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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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인간의 존재적 회의감 논하는 부조리극
다음달 1~10일 대학로 공간아울 소극장
딸 장나라 결혼에 "행복하고 즐겁다"

[서울=뉴시스] 연극 '아르쉬투룩 대왕' 공연 사진. (사진=바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06.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45년 만에 연극 '아르쉬투룩 대왕'을 다시 올리게 됐어요. 당시에 2년에 걸쳐 앙코르 공연과 재공연을 여러 번 했습니다. 연극 자체가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또 하고 싶었어요. 누군가 나의 대표작을 물으면 연극 '아르쉬투룩 대왕'을 꼽겠습니다."

배우 주호성이 23일 서울 대학로 공간아울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아르쉬투룩 대왕' 기자회견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이 작품은 아르쉬투룩 대왕과 신하 바가의 연극 놀이를 통해 한계 속의 인간이 겪는 삶과 인생,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부조리극이다.

중세시대 왕과 신하가 풍자·해학으로 풀어내는 인간의 존재적 회의감에 폭소하며 인생을 생각하게 한다.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작가 로베르 뺑쥐의 원작으로, 1977년 7월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주호성과 정호영이 공연했다.

주호성은 '아르쉬투룩 대왕' 역을 다시 맡았다. 자신의 배역에 대해 그는 "인생에 대한 외로움과 지루함에 지친 대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죽음만 기다리고 있는 늙은이인데, 나이를 먹을수록 남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더욱 커지게 된다"며 "신하 한 명을 믿고 연극 놀이를 계속 하자고 한다. '사람이 늙으면 어린 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 어리광 부리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1977년 '아르쉬투룩 대왕' 초연 당시 주호성. (사진=바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06.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프레스콜에서는 아르쉬투룩 대왕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주요 장면이 시연됐다. 작품은 너무 무겁지 않게 삶과 죽음의 본질을 논한다. 아르쉬투룩 대왕과 신하 바가가 만드는 유쾌한 상황과 혼돈스러운 마음은 웃음을 선사한다.

초연 때보다 디테일을 살리고, 완성도도 견고해졌다. 주호성은 "현대인지 고대인지 그런 표식이 대본에 없지만, 현대로 느껴진다"며 "45년 만에 다시 올려지는 공연인 만큼 함께 출연하는 배우 심마리가 대본 윤색을 맡았다. 심마리가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고 전했다.

1969년 연극 '분신'으로 데뷔한 주호성은 53년간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난 '관록의 배우'다. 배우로서의 소회를 묻자 그는 "연극은 고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연극에만 치중했던 세월에 대한 죄가 많다"며 "처자식을 비롯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준 것에 대해 참회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성직자는 아니지만, 고행의 길을 간다는 마음으로 대사를 외우고 연극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배우 주호성이 23일 오후 서울 대학로 공간아울 소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아르쉬투룩 대왕'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신효령) 2022.06.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3일 오후 서울 대학로 공간아울 소극장에서 연극 '아르쉬투룩 대왕' 프레스콜이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배우 김준효, 정재연, 주호성, 주현우, 장봉태 연출, 배우 심마리. (사진=신효령) 2022.06.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주호성은 배우 장나라의 아버지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장나라의 결혼에 대해 그는 "아들에 이어 딸도 결혼하게 되어 기쁘다. 행복하고 즐겁다"고 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연극에 대한 열정을 다시 생각했다. 그는 "'아르쉬투룩 대왕'을 준비하면서 처음 무대에 올리던 1977년 기억이 하나둘씩 떠올랐다"며 "그 때 29살이었다. 나이를 들어보이게 하려고 얼굴에 주름살을 그리고, 머리를 하얗게 칠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 소리 지르는 연기를 하면 '어떻게 늙은이가 그렇게 힘이 넘치냐'는 말도 있었어요. 어느덧 제가 70대 중반이 됐는데요. 지금은 마음 놓고 힘을 써도 '노인네가 힘이 세냐'는 말이 없습니다. 더 나이가 들면 이렇게는 뛰어다니지 못할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마지막 날까지 연극을 계속 해야 겠다는 마음입니다."

[서울=뉴시스] 연극 '아르쉬투룩 대왕' 공연 사진. (사진=바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06.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주호성은 "일하는 게 행복하고, 연극하는 게 좋다. 젊은 배우들과 함께 연습하는 것이 너무 좋다"며 미소지었다. 그는 "현재는 지원금도 많아지고 연극계 환경이 좋아졌지만, 예전에는 지금보다 어렵고 가난했다"며 "연극 제작을 하면 남는 돈이 별로 없어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었다. 배우를 한다는 건 많은 대사를 외워야 하는 일이고, 액션 연기를 하면 에너지 소모도 많다"고 돌아봤다.

그는 "벌써 53년차 배우가 됐지만, 지금도 떨린다"며 "첫 공연때 관객들 호흡이 들려오는 순간까지 머리가 아프다. 상대 역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했다.

장봉태 연출은 "주호성 선생과 함께 작품을 하게 돼 영광"이라며 "부조리극 연출은 처음이라서 많이 고민했다. 지금은 부조리극이 별로 없지만, 45년 전에는 부조리극이 활성화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정치권의 민낯을 보여주는 풍자극일 수도 있고, 허무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 극일 수도 있습니다. 특별한 주제는 없습니다. 어떤 정답을 주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편안하게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출했습니다."

연극 '아르쉬투룩 대왕'은 주호성을 비롯해 김준효·정재연·주현우·심마리 등의 배우가 함께 한다. 다음달 1일부터 10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서울=뉴시스] 연극 '아르쉬투룩 대왕' 포스터. (사진=바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06.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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