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위기 극복의 DNA를 살리자
우리나라 경제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 셈이 되었다. 대기업마저 시장과 기술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위기에 빠져도 자구 노력보다는 정부의 지원으로 버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되었다가 아직도 진행 중인 쌍용차의 구조조정이 대표적이다. 노사 대립과 근로자 내부의 분열 그리고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지원 약속이 그렇게 만들었다.
공공부문은 훨씬 더 심각하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공공부문의 비효율성 때문에 비중이 줄었는데 우리나라는 늘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심했다. 공기업의 임금은 대기업보다도 8% 이상 많아졌고, 이자 조차 갚지 못하는 공기업은 2016년 5개에서 18개로 전체의 절반이 되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조짐은 커지나 우리나라의 위기 극복 역량은 저하되었다. 지난 50년 1973·79년 두 차례 아랍발(發) 석유위기, 1997년 동남아시아발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다. 한국과 세계의 평균 경제성장률을 비교하면, 석유위기로 1980년 한국이 -1.6%였지만 세계는 1.86%였다. 하지만 1982년 한국은 8.3%, 세계는 0.39%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며 위기 극복에 성공했다.
외환위기로 1998년 한국은 -5.2% 세계는 2.5%였다가, 2000년 한국은 9.1% 세계는 4.38%로 2배 높았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2009년 한국은 0.8% 세계는 -1.7%였다가, 2011년 한국 3.7% 세계 3.18%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위기 극복 역량이 떨어진 원인은 내부에 있다. 외부 충격으로 발생한 경제위기의 피해를 줄이려면 정부와 국민이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규제가 강화되고 노동시장은 경직화 되면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경제성장에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고, 정부의 비중은 늘면서 혁신과 생산성이 둔화되었고, 비정규직 등 불완전 취업자와 저임금 근로자는 늘었다.
탈원전에 매달리고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며 중국 의존도를 높여, 결국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와 중국의 원자재 및 중간재의 무기화에서 비롯된 당면한 경제위기에 스스로 취약하게 만들었다.
어떠한 경제위기라도 정부는 리더십을, 국민은 혁신과 협력의 DNA를 각각 발휘해야 극복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3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성공한 이유나 다른 나라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보면 더욱 그렇다. 석유위기는 대한석유공사의 민영화처럼 경제활동의 자유를 확대함으로써, 외환위기는 금 모으기 운동처럼 민관과 노사가 협력함으로써, 금융위기는 미국·중국·일본과 통화스와프처럼 국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극복했다.
유럽의 병자라던 독일은 노동시장 유연화 등 제도 개혁을 통해 금융위기의 피해를 사전에 줄여 유럽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반면, 일본은 정부가 불안하고 혁신은 작았으며, 협력은 담합으로 흘러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다.
지난 3번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정부의 리더십과 혁신과 협력의 DNA가 저하되었고, 지난 5년 사이 더 악화되었다.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의 리더십과 혁신과 협력의 DNA를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 그렇다고 과거의 방식으로 성공할 수 없다. 예전보다 정치가 더 불안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낮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닥치는데도 불구하고 정치는 정파의 이익에 매몰되어 있고, 사회는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꼬인 상황을 돌파하려면 정부는 원칙을 지키는 의지와 소통의 인내심을 발휘해 경제활동의 자유를 확대해야 한다. 안 되는 것 빼고 다 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국민이 혁신과 협력에 나서도록 촉진해야 한다.
혁신과 협력의 DNA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혁신의 주체인 기업의 체질을 바꾸려면 한국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키운 'K-컬처'처럼, 정부의 지원이나 규제를 통한 온실 속의 혁신이 아니라 경쟁 속에서 꽃을 피우는 창의적 혁신을 자극해야 한다. 협력의 주체인 개인도 연고에 따라 뭉치는 폐쇄적인 협력이나 이해관계 집단간의 주고받기 식 담합을 넘어서야 한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 아웃사이더도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개방적 협력을 촉진해 혁신이 시너지를 일으키고 경제 전체로 파급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석유위기가 그랬던 것처럼 당면한 글로벌 공급 위기가 한국 경제의 체력을 키우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도록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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