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40시간 근무하면 다음주 60시간 몰아서 일해도 된다
李장관 "주단위 연장근로 韓뿐"
산업화시대 근로기준법으론
IT 등 신산업 특성 반영 못해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도입
초과근무 쌓아 장기휴가 가능
법개정 필요해 巨野 협조 필수
◆ 유연해지는 주52시간제 ◆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대표 노동정책인 주52시간제로, 2018년 3월 법 개정을 거쳐 그해 7월부터 사업장 규모별로 순차 시행됐다.
일각에서는 한 주에 최대 88시간 집중 근로가 가능해져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악화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 단위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월 단위 연장근로시간(12시간×4주)을 더하면 산술적으로 88시간 근로가 가능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 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장관은 23일 브리핑에서 "특정 주에 무제한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 건강권 침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근로자 건강권 보호조치가 반드시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근로자의 건강 보호조치가 강구된 상황에서 한 주는 60시간, 한 주는 40시간 정도 수준의 제도 운영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후 70년간 경직적 근로시간제가 유지된 반면 최근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등 새로운 산업이 발달하면서 연장근로에 대한 수요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7년 15건에 불과하던 특별연장근로 인가건수는 2019년 908건으로 늘었고 지난해 6477건으로 급증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주 단위' 연장근로관리 방식보다 노사 합의에 따른 선택권을 존중하고 있다. 미국은 연장근로 한도가 없으며, 일본은 월 45시간·연 360시간 이내에서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독일은 6개월 단위로 주 평균 48시간에 맞춰 연장근로를 허용하며, 프랑스는 3개월 단위로 주 평균 44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해외 주요국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은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7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2017년 1996시간에서 2020년 1927시간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1678시간에서 1582시간으로 더 크게 감소했다.
노동계는 이를 근거로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에 대해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가 향후 실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자 휴식권 강화 등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노동계 설득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는 이를 위해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저축계좌에 적립된 초과근로시간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장관은 "적립 근로시간의 상·하한, 적립 및 사용방법, 정산기간 등 세부적인 쟁점사항을 면밀히 살펴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고용부는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기업이 휴일·휴가를 활성화하고 재택·원격근무 등 근무방식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의 높은 근무시간 수준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일부 국가의 경우 시간제 근로자가 많은데, 한국은 전일제 근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보니 실제 근무시간이 높게 나온다"며 "평균의 함정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용부는 유연근로제 중 하나인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도 추진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일정 단위기간 중 1주 평균 52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제도다. 단위기간은 1~3개월로, 현재 연구개발 분야에만 3개월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인적자원 활용도가 높아지고 근로자들은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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