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박해일 "품위있고 정갈한 형사..이런 걸 기다려왔다"(종합)[EN:인터뷰]

배효주 2022. 6. 2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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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배효주 기자]

'헤어질 결심'으로 박찬욱 세계관에 합류한 박해일. 이로써 봉준호-박찬욱 두 거장 모두를 경험한 그가 소감을 밝혔다.

오는 6월 29일 개봉하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자,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독보적인 아우라의 탕웨이가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쉽사리 동요하지 않는 사망자의 아내 '서래'에 완벽하게 녹아든 열연으로 모두의 마음을 뒤흔든다. 단단한 연기 내공의 박해일은 '서래'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품는 담당 형사 '해준'을 맡아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개봉을 앞두고 23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은 배우로서 칸 국제영화제를 처음 가보게 해준 작품"이라며 "박찬욱 감독님이란 거장과 사석 아닌 일로서 함께 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또,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탕웨이 배우와도 짙은 호흡으로 함께 해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과의 만남이 가장 설레고 긴장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 시나리오를 쓰며 애초에 '해준' 역할에 박해일을 염두에 뒀다고 밝힌 바 있다. 박해일은 "감독님은 '해준'이 형사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한국영화 장르물에서와는 다르게 예의있고, 청결하며, 정갈한 느낌이기를 원하셨다. 전작인 '덕혜옹주'에서의 제 모습이 품위 있었다며, 그런 뉘앙스가 '해준'을 연기할 때도 쓰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때문에 대사 하나 하나를 품위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해일 특유의 명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드러운 연기 톤이 '헤어질 결심'에서 크게 돋보인다. 박해일은 "'해준'은 모순적이다. 형사지만 시적이고 문학적인 말투를 쓴다"며 "형사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간 기존 형사 캐릭터가 과연 내게 잘 어울릴까 하는 생각으로 미뤄둔 게 아닌가 싶다. 아마 '해준' 같은 형사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잠복 근무 중에 '슬픔이 잉크에 번지듯이..' 라는 대사를 후배 앞에서 하는 모순적인 형사. 그게 '해준'스러움을 잘 보여주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탕웨이와의 로맨스 호흡에 대해선 "해외 배우와 연기한 건 처음"이라며 "다른 문화권 배우와 만나는 건 뜻 깊고 신나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분이 그동안 해왔던 연기와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 탕웨이의 집을 찾았던 것이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박해일은 "도회적이고 쿨한 이미지를 예상했었는데, 탕웨이 씨의 첫 모습은 인간적이고 수수했다. 경기도 어느 전원주택이었는데, 텃밭을 가꾸며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이 첫 인상이다"고 말했다.

이어 박해일은 "편안한 의상을 입고, 머리도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는데, '감추지 않고 모든 걸 드러내놓고 한 번 해보자'는 각오로 받아들였다. 덕분에 긴장감이나 고민들이 한층 덜어진 상태에서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둘 다 박찬욱 감독님의 휘몰아치는 감정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가장 좋았던 만남이었던 것 같다"고도 첨언했다.

언어적 장벽이 있었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지방 로케이션이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숙소에 머무는 일이 많았다. 탕웨이 씨 매니저를 통해 남는 시간 동안 숙소 근처 산책로를 같이 걷자고 제안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흔쾌히 너무 좋다고 해줬다. 절에서 촬영을 할 때는 따로 남아 템플 스테이를 할 정도로 좋아하는 걸 보고 '호기심이 강한 배우구나' 싶었다"고 귀띔했다.

봉준호 감독과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함께 한 박해일. 이번 '헤어질 결심'으로 박찬욱 감독과도 작업하며 두 거장의 작품에 모두 출연하게 됐다.

두 감독 간 서로 다른 점이 있었냐는 질문에 박해일은 "두 분은 영화적 동료이자 동지이며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관계"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찬욱 감독님과의 촬영을 앞두고 첫 단추를 어떻게 끼워야 할지 긴장됐다. 그러다 갑자기 묘수가 생각났다. 봉준호 감독님에게 '박찬욱 감독님은 어떤 스타일이시냐, 팁을 좀 달라'고 문자를 보낸 거다. 그랬더니 봉준호 감독님이 담백하게 말씀을 해주셨다. '진정한 마스터시다' '무슨 연기를 하든 다 받아줄테니 걱정하지 말고 재밌게 찍으라'고"라 전했다.

그러면서 "두 분을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사례로 두 분의 관계를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29일 개봉.(사진=CJ ENM)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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