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로커' 배두나 "내 연기에 가장 박해, 만족한 적 없다"
배우 배두나가 영화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에서 분량 이상의 존재감을 뽐냈다.
극 중 소영(이지은)을 쫓는 형사 수진으로 분한 배두나는 자신의 일과 가치관에 대해 혼란을 겪으면서도 그 과정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는 인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멀티캐스팅 작품이라 그동안 배두나가 했던 주연작에 비해 분량이 많은 건 아니지만, 존재감만큼은 가득하다. 대사 뿐 아니라 눈빛, 손짓까지 디테일을 담은 열연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배두나는 참 좋은 배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에서 잭스나이더 감독님 영화를 찍고 있다. '브로커' 프로모션에 참여를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번 칸영화제에 두 편의 작품이 초청 받았는데 참석하지 못했다. 아쉬움이 클 듯 하다.
"너무 아쉽다. 스케줄 조정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안됐다. 배우한테는 촬영이 가장 최우선이니까 그렇게 생각한다. 이번에 칸을 못간게 더 아쉬웠던 건 '브로커'도 그렇지만 '다음 소희'가 같이 가서 내게는 특별한 해였다. 많이 기뻤다. 몇년 전에도 못갔는데 올해도 못갔다. 과거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칸영화제 집행위원장님을 봤을 때 '다음엔 꼭 가겠다' 했는데 이번에 또 못가게 됐다. '왜 난 칸이 초대할 때마다 미국 영화를 찍고 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많다."
"일단 가장 커다란 기쁨은 송강호 선배님이 남우주연상을 타신 것만으로도 우리 영화에 대한 굉장한 큰 호평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존경하고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시긴 하지만 내 일처럼 기뻤다. 배우들의 연기 평 좋다고 이런 글은 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는 '공기인형'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브로커'로 재회한 소감은.
"정말 좋고 값진 경험이다. 감독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번엔 내가 감독님이 한국에서 행복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었다. 감독님은 제일 존경하고 나의 넘버원 감독님이다. 10년도 넘은 세월이 흐르고 이번에 다시 촬영했는데 똑같았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스태프들 대하는 존중하는 모습들이나 배우들을 대하는 태도나 연기 디렉팅들이 정말 똑같으셨다. 그래서 놀라웠다."
-이지은이 배두나로부터 믿지 못할 분량인 장문 메시지를 받고 울었다고 밝혔다.
"울었는지 몰랐다. 나도 기사 보고 알았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했다. 낯간지러워서 못하던 말도 하고 촬영이 다 끝나고 일년이나 지났고 개봉을 하고 칸도 가서 좋은 성과도 얻고 개봉을 하고 프로모션을 하니까 그런 말들을 했다. 너무 개인적인 말이라 이야기할 순 없지만 부담스러울까봐 걱정이었다. 하고 싶은 말 중에 10~20% 밖에 못했는데 먼저 마음을 열고 문자를 줘서 같이 마음을 열고 답장을 했다."
-이지은에 대한 애정이 깊은 듯 한데 어떤 점이 마음에 와 닿았나.
"이지은이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다. 이 역할에 정말 딱이겠다 싶었다. 그녀가 연기를 잘해서 너무 좋다. 엄청 톱스타고 성공한 가수이자 배우이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가는 사람이다. 저 안에 힘든 건 없을까 보게 하는 사람이다. 더 바라보고 예뻐하고, 티내면서 하는 스타일 아니어서 지은씨도 그렇고 주영씨도 그렇고 진짜 좋은 사람들이랑 찍어서 좋았다."
"사실 좀 어색했다. 그 친구가 진짜 애기 때 봤고, 나도 애기였다. 이젠 굉장히 관록 있는 베테랑 배우가 돼서 같이 하고 있으니 신기했다. 이번 현장에서 우리 둘 나이대가 비슷하니까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면서 했다. 저렇게 소년 같은 모습만 보다가 유들유들한 분위기 메이커의 모습을 보니까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생각이 들어서 신선하기도 했다. 그 동안 같이 연기하진 않았지만 같이 공유하는 지인도 있고 평소에도 봐오던 사이라 엄청 새롭진 않았다."
-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연기를 펼쳤어야 했다. 어떤 점을 신경을 더 쓰셨는지 궁금하다.
"최대한 리얼해보이게 화장도 안했다. 며칠째 못 씻고 물티슈로 얼굴 닦고 꾀죄죄해 보이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배두나는 손을 잘 쓰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브로커'에도 손을 활용한 장면들이 있는데.
"수진 캐릭터 준비는 솔직히 힘들었다. 막막한 장면들도 있었는데 내가 손은 잘 쓴다(웃음). 손이 잘생겼다. 워낙 신인 때부터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카메라 앞이 더 편하다. 카메라 앞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손을 잘 쓰는거 같다. 영화 찍을 때도 사진 찍을 때도 내 손이 연기의 반 이상이라 생각한다. 그걸 더 선호한다."
-배우 스스로도 이전 작품과 달리 배우로서 그 동안 발전한 지점을 느낀 게 있었다면 무엇일까.
"내 연기에 있어서는 가장 박하다고 생각한다. 내 연기를 보고 만족한 적도 없고 부족한 점만 보인다. 그래서 '이 정도면 많이 발전했다'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도 없다. 난 '감독님이 오케이면 오케이' 이런 배우다. 그래서 내 연기를 잘 안 본다. 보면 부끄럽고 민망하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영화사 집,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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