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엔비디아 배워라"..그룹 혁신 채찍질한 SK 최태원 회장
"기존 제조업 마인드를 완전히 버려야 한다. 이해 관계자의 신뢰와 지지를 얻는데 엔비디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엔비디아는 현재 내는 매출액 대비 시장에서 받는 가치 평가는 더 높다. 혁신을 위해 선언에만 그칠 게 아니라 새 목표에 맞춰 조직을 바꾸고 실제 행동해 나서야 한다."
그룹 경영 전반에 '딥체인지'를 뿌리내리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수뇌부 핵심 경영진을 대상으로 혁신의 중요성을 거듭 설파했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먹고 사는 기업'으로 평가받는 엔비디아 사례를 통해서다.
이번 확대경영회의에도 최 회장 뿐만 아니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시작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후문이다. 환율, 원자재가가 올 상반기 내내 치솟은데다 증시가 큰 폭으로 내리고 금리도 상승하는 등 대외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중된 전세계 공급망 교란도 기업들을 짓누른다.
악조건에도 불구 이날 최 회장의 발언을 살펴보면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구성하라" "경영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라" "현재 사업 모델을 탈출하는 방식의 과감한 경영 활동에 나서라" 등 강도 높은 주문을 내놨다.
최 회장은 특히 '현실 안주'를 가장 경계했다. 최 회장은 "현재의 사업모델이나 영역에 국한해 기업 가치를 분석해서는 제자리 걸음만 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며 "벤치마킹을 할 대상 또는 쫓아가야 할 대상을 찾거나 과감한 경영활동에 나서야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2020년 7월,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2513억달러를 기록, 1968년 설립돼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인텔 시가총액을 꺾은 것은 업계 파란이었다. 당시 엔비디아의 매출액은 인텔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시장이 그야말로 엔비디아의 미래만을 보고 그 성장성에 베팅한 것이다.
올 들어 엔비디아의 주가 흐름은 주춤하고 있다. 연초 대비 44.4% 내렸는데 반도체 공급망 불안, 전반적 증시 조정, 암호화폐 부진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는 여전히 시가총액이 4090억달러(532조원)다. 2022년 회계연도(2021년 2월~2022년 1월) 매출액은 269억1400만달러(약 35조원)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엔비디아보다 훨씬 더 높은 약 280조원의 매출고를 올렸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약 342조원으로 엔비디아보다 낮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2022년 말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은 59배에 달했다. PER는 주가가 1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가치가 높단 뜻이다.
젠슨 황 CEO는 지난달 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5년간 자율주행차말고도 우리가 누리는 어떤 것이든 자동화가 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목표는 AI를 클라우드에서 물리 공간으로 가져오는 것"이라고 미래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SK는 이미 SKC, SK에코플랜트, SK이노베이션, SK케미칼 등 굵직한 기업들이 과감한 체질개선을 시도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이 이처럼 엔비디아 사례를 언급한 것은 기존 패러다임을 과감히 깨부술 정도의 혁신을 촉구함과 동시에 이같은 방향성과 실천 의지가 시장으로부터 제대로된 가치 평가를 받도록 당부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신뢰와 지지를 얻는 혁신이란 결국 주가를 포함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이라야 한다"며 "최 회장의 발언은 이를 위해 파이낸셜스토리를 좀 더 정교화하고, 실행방안에 대한 우선순위들을 선별해야 함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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