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유공자, 월 35만원 '감지덕지'..진료비도 못받아"[인터뷰]

조민정 2022. 6. 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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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이 고향이었는데 6·25 터지자마자 전쟁터가 되어 버렸지우리 가족 평화를 다 가져가 버렸어."

6·25 전쟁 발발 당시 춘천중 5학년(현재 춘천고 2학년)이었던 류재식(90)씨는 연신 포탄이 떨어지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6·25전쟁 발발 72주년을 맞아 이데일리가 지난 20일 만나 인터뷰한 류씨는 1980년 전역 때까지 30년간 나라를 지킨 참전 유공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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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유공자회 서울시지부장 류재식씨
학도병 자원입대..1980년 전역까지 30년간 나라지켜
"참전유공자, 평균 90세..우리 떠나면 누가 전쟁 기억하나"

[이데일리 조민정 정두리 기자] “강원도 춘천이 고향이었는데 6·25 터지자마자 전쟁터가 되어 버렸지…우리 가족 평화를 다 가져가 버렸어.”

6·25 전쟁 발발 당시 춘천중 5학년(현재 춘천고 2학년)이었던 류재식(90)씨는 연신 포탄이 떨어지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류씨는 전쟁이 터져 혼비백산한 상황 속에서 학도병으로 참전해 다시 온전한 일상을 되찾기까지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는 “포탄이 막 떨어지고 적의 탱크가 들어왔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우리 할아버지가 얼굴에 파편을 맞으셨어”라며 “약도 못쓰니까 덮어 두고 피란을 가야 했는데 참혹했지”라고 회상했다.

류재식 6·25참전유공자회 서울시지부장이 지난 20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6·25 전쟁 참전 당시를 회고하며 “후손들에게 전쟁에 대한 기억을 물려주기 위한 6·25 전쟁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정두리 기자)
6·25전쟁 발발 72주년을 맞아 이데일리가 지난 20일 만나 인터뷰한 류씨는 1980년 전역 때까지 30년간 나라를 지킨 참전 유공자다. 지금은 6·25 참전 유공자회 서울시지부장을 맡아 생존한 유공자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류씨는 인민의용군을 뽑는다는 말에 1950년 9월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해 최전방에서 수색대로 적군과 맞섰다. 피난길에 올랐다 다시 찾은 고향이 인민재판과 세뇌교육 등 인민군 치하에 있는 모습을 보고 나라를 위해 싸우길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입대했는데) 훈련이고 뭐고 M1 소총 하나에 교복, 교모만 달랑 주더라”며 “소총 분해결합부터 안전장치 하는 것까지 모르는 건 물어가면서 혼자 배웠다”고 돌이켰다.

중대장이 된 류씨는 휴전을 1주일 앞둔 1952년 7월, 406고지에서 전투를 벌이다 가슴에 총을 맞았다. 이때 맞은 적군의 실탄은 70년째 류씨의 몸속에서 역사의 산증인으로 남아 있다. 그는 “죽다 깨어났는데 운동장에 실려오는 사람들은 많으니까 일단 군의관이 모르핀(마약성 진통제)을 놔주더라”며 “마산까지 후송돼서 수술을 하려고 했는데 1차 수술에서 실패해 결국 역사를 그대로 안고 살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목숨을 걸고 싸워 나라를 지켜냈지만 국가유공자를 대하는 국가의 태도가 한탄스럽다고 류씨는 토로했다. 6·25전쟁 및 월남전에 참전한 65세 이상 유공자에게 매달 지급하는 참전명예수당은 월 35만원에 불과하고, 진료비 지원은 75세 이상 유공자에 한해 전국 6개밖에 없는 위탁병원에서만 가능하다. 류씨는 “올해 1만원 올려준 금액이 이 정도인데, 나라를 되찾아준 사람들한테 월 35만원이 뭔가”라며 “매번 지원금을 올려준다는 공약만 나오는데 이마저도 감지덕지”라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류씨는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젊은 세대들의 기억 속에 6·25 전쟁이 잊혀지고 있다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현재 6·25 참전유공자회 호국영웅의 평균연령은 90세로 이들이 모두 세상을 떠날 경우 전쟁의 기억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참전유공자회에서 6·25 관련 보존된 자료와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는 “나라가 없으면 애국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소중한 자유와 평화는 수많은 동료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며 “후손들에게 전쟁에 대한 기억을 물려주기 위한 6·25 전쟁기념관을 건립해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조민정 (jj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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