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삐죄는 尹대통령.. 인사번복 사태에 "국기문란" 옐로카드

김미경 2022. 6. 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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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없는 일" 경찰 책임론 부각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힘 실어
與 "비대 권력 견제" 지원사격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빚은 경찰에 '국기문란' 경고장을 내밀었다.

경찰이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의 재가 없이 인사를 발표했다 빚은 참사라는 점을 밝혀 경찰 책임론에 힘을 싣는 동시에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과 함께 경찰에 대한 통제의 고삐를 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인사 번복이 됐다는 보고를 받고 어떻게 됐는지 알아봤더니 참 어이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경찰에서 자체적으로 행안부에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을 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말이 안되는 얘기고, 어떻게 보면 국기문란일 수도 있다"며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고 아직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안부에서 검토해서 대통령에게 의견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가 밖으로 유출되고, 이것을 또 (바로잡는 과정에서) 언론에 마치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한다는 것 자체는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그런 과오라고 볼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치안감 인사가 번복됐다고 하는데, 번복된 적 없다"며 "저는 행안부에서 나름대로 검토를 해서 올라온대로 (인사를) 재가했다"고 밝혔다.

경찰 인사 번복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대통령 재가 전에 인사안을 공개하던 관행에 기인한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 21일 오후 4시쯤 행안부로부터 치안감 인사 예고를 들었고, 행안부 치안정책관으로부터 오후 6시15분쯤 첫 번째 인사 안을 받아 7시쯤 내부망에 공지했다. 그러나 치안정책관이 8시38분쯤 유선상으로 수정요청 후 최종안을 다시 보냈고, 9시34분쯤 내부망에 재공지했다. 대통령 재가는 10시였다.

윤 대통령은 오후 10시 딱 1차례 재가를 했을 뿐이니 인사 번복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최초 공개된 인사안과 최종안에서 변경된 면면을 보면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 파견 경력이 있는 치안감은 요직에서 한직으로 바뀐 반면 윤 대통령의 인수위원회에 파견됐던 경찰은 그대로 요직에 배치됐다는 점에서 '위선 개입'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별도의 TF를 구성해 진실규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경찰에 화살을 돌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모든 권력은 견제 받아야 하고, 권력이 비대해지면 비대해질 수록 견제는 더 심해지는 것"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당연히 비대해진 경찰권력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균형 잡는 차원에서 (경찰국 신설은) 필요한 일이다. 이걸 통제라 하는 것은 법 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진실공방과는 별개로 윤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은 분명 경찰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경찰의 독립성·중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경찰보다 더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며 "독립성·중립성이 요구되는 사무는 당연히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서, 원칙에 따라서 이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없이 검찰 인사를 단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검사에 대한 인사권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며 "(한 장관에게) 검사나 경찰에 대해서 책임 장관으로서 인사권한을 대폭 부여를 했기 때문에 한 장관이 능력 등을 감안해 제대로 잘 했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검찰총장 공백으로 수사기관의 독립성 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수사가 진행되면 외부에서 간섭할 수 없다"며 "국민에게 올바른 서비스를 하기위해 필요한 통제는 하는데, 수사·소추 등 준사법적 행위는 철저하게 (검찰의) 자기 책임 하에서 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경찰에 날카로운 각을 세운 것을 두고 사실상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사태책임을 종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0년 7월 임명된 김 청장의 임기는 다음달 23일까지다. 특히 김 청장은 윤석열 정부의 행안부 경찰국이 경찰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인사 번복 사태를 빌미로 자진사퇴를 요구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발언이 경찰수장에게 책임지라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대통령 발언에서) 이미 충분히 상세히 설명했다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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