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선생님 안계셨으면 저도 없어"..'애제자' 정운찬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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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이 안계셨다면 저 역시 없었죠."
23일 별세한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전 경제 부총리)의 '애제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인을 이같이 회상했다.
당시 정 전 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2학년이었고 고인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젊은 교수였다.
이후 정 전 총리가 1986년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문과 2002년 서울대 총장 취임사를 쓸 때에도 조 명예교수의 조언이 주효했다고 정 전 총리는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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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총리 발탁됐을 때도 긴밀히 상의..鄭 '나의 스승, 나의 인생'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그 분이 안계셨다면 저 역시 없었죠."
23일 별세한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전 경제 부총리)의 '애제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인을 이같이 회상했다.
인생의 주요 변곡점마다 길을 이끌어준 '큰 스승'으로 자신의 곁을 지켜줬다는 게 정 전 총리의 설명이다. 정 전 총리는 고인을 칭할 때마다 '조순 선생님'이라고 불러왔다.
두 사람의 인연은 55년 전인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 전 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2학년이었고 고인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젊은 교수였다.
학부생 시절 고인의 경제학 강의를 들은 정 전 총리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조순 명예교수의 학풍을 따르며 '조순학파'를 만들어 냈다.
정 전 총리가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서울대 교수 생활을 시작하는 등 진로를 정하는 길목마다 조 명예교수가 옆에서 조언을 했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한국 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인기있는 교과서로 꼽히는 '경제학 원론'을 공저하는 등 같은 학문적 궤적을 밟게 된다.
특히 정 전 총리는 최근 고인과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 '나의 스승, 나의 인생'을 펴내며 스승과의 인연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책에는 정 전 총리의 결혼에도 스승인 조 명예교수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나와 있다.
당시 정 전 총리가 어려운 형편 탓에 결혼 승낙을 받지 못한 채 혼자 유학길을 떠나자 사정을 딱히 여긴 조 명예교수가 직접 정 전 총리의 장인·장모를 만나 설득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후 정 전 총리가 1986년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문과 2002년 서울대 총장 취임사를 쓸 때에도 조 명예교수의 조언이 주효했다고 정 전 총리는 돌아봤다.
나아가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 제의를 받고 고민 끝에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나, 추후 총리 직에서 물러날 때도 이미 학계를 거쳐 부총리로서 정부에서 일해본 바 있는 조 명예교수와 상의했다고 한다.
정 전 총리는 이 책에서 이같은 에피소드를 전하며 "조순 선생을 만난 나는 행운아라고 자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세기 전에 시작된 인연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정 전 총리는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은 지난주인데 그분께 전하고 싶었던 말들을 여러 가지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서둘러 찾았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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