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 노동자 절반 이상은 검진 필요한 근골격계 질환.."인력 충원 필요"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사 등 급식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노동환경 개선과 병원 검진이 필요한 근골격계 질환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3일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건강한노동세상,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가 조사한 ‘학교 급식실 노동자 작업조건 실태 및 육체적 작업부하 평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학교 급식실 종사자 3128명을 대상으로 업무량과 작업환경상 위험 등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절대다수가 최근 1년 내 목과 허리, 어깨, 팔, 손목 등의 통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과 손목 통증을 겪은 응답자는 96.3%에 달했고 어깨(96.1%), 팔·팔꿈치(92.0%), 허리(91.3%), 목(87.6%), 다리·무릎(84.7%), 발·발목(77.5%) 통증이 나타난 사람도 많았다.
특히 통증의 빈도나 정도가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가 만든 자체 위험기준 이상으로, 근골격계질환 환자일 확률이 상당히 높아 즉시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검진을 받아야 하는 ‘관리대상자’의 비율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목·손 부위 관리대상자가 59.6%로 가장 많았고, 어깨(57.4%), 팔·팔꿈치(52.6%), 허리(45.0%), 다리·무릎(41.0%), 목(36.0%), 발·발목(33.1%) 순이었다. 응답자들의 상당수가 어깨(67.2%), 목(65.1%), 팔·팔꿈치(63.7%), 손목·손(62.7%), 허리(61.8%), 다리·무릎(58.9%), 발·발목(54.8%) 등에 대해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병가를 받거나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경우는 1.5~3%에 불과했다.
급식 종사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것은 업무량이 급식 인원에 비해 지나치게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은 공공기관 식당에 비해 1인당 급식인원이 두세 배 많은 노동강도를 감당하고 있고,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식사를 빠르게 공급하기 위한 고강도 압축노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진 조사에 따르면 학교 급식 종사자 1인당 급식인원은 평균 114.5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조사된 공공기관 조리노동자 1명당 급식인원 65.9명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설문조사에서는 일이 많아 쫓기며 일하는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86.2%에 달했다. 충분한 휴식이 주어지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 비율이 80.1%였다. 업무를 마친 뒤 ‘종종 지친다’는 응답은 35.5%, ‘항상 지친다’는 응답은 53.3%로 나타나, 응답자 중 88.8%가 업무 종료 후 육체적으로 지칠 때가 자주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힘든 작업으로는 설거지 및 정리(43.2%)를 가장 많이 꼽았다.
현재 업무량을 얼마나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평균 39% 감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연구진이 한국인 직무스트레스 도구로 측정한 결과, 응답자 중 45%는 한국인 여성의 직무스트레스 상위 25% 수준을 겪고 있었고 22.9%는 상위 50% 수준의 직무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연구진이 급식실 종사자 30명을 대상으로 심박수 측정 등을 통해 작업부하량을 평가한 결과 이들이 모두 현재 노동량이 신체에 끼치는 ‘육체적 작업부하’가 적정수준보다 1.5~2.7배 수준으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현재 수준의 작업강도를 유지하려면 인력을 충원해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급식실 적정 종사자 수는 현재 인원보다 평균 23% 많아야 한다고 추산했다.
특히 병가 등으로 결원이 생길 경우 업무량이 급격히 증가해 실제 증원 인력은 이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연구진은 또 “인원 충원 이외에도 식기세척기와 애벌세척기 증설, 학교 보건실의 테이핑 요법이나 스트레칭 교육, 세척된 식자재와 반조리된 식품 도입 등이 노동강도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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