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다 같이 '줍깅' 한 바퀴
6월은 의미 있는 날들이 많다. 좋은 날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이 중요하다. 동네 주민들이 모여 줍깅 행사를 한다기에 다녀왔다. 비대면으로 해본 적은 있지만 단체 챌린지는 처음 있는 일이다.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제는 모두 함께해야 할 때가 아닐까?
줍깅과 플로깅은 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뜻한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신조어 ‘플로깅’이 우리나라에 오면서 ‘줍깅’으로 불리게 된 것. 줍깅은 걷기 운동이자 환경 운동이다. 편안한 신발에 쓰레기 봉투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은 거주하고 있는 지역, 용인시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인데 집에서 가까운 코스를 선택했다. 우리 동네와 이웃을 알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만나기 전부터 ‘○○구 시장 옆 산책길 줍깅’이라는 이야기 채팅방이 만들어졌다.
줍깅에 필요한 물건은 그날 나눠줄 것이고 개인적인 준비물은 각자 챙겨오라고 미리미리 알린다. 분리배출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링크를 보내주어 올바른 분리 배출을 공부하고 갈 수 있었다.
페트병과 플라스틱 용기에 든 것은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씻어서 배출해야 한다. 다른 재질로 된 부분을 제거할 수 없거나 여러 재질이 섞여 있는 건 종량제 봉투에 담아야 한다. 1회용 비닐, 과자, 라면 등 비닐봉지에 묻은 음식물도 씻어서 버리는데 제거가 안 되면 역시 종량제 봉투에 배출하면 된다.
그러니까 완전히 비우거나 제거할 수 없고 이물질이 많이 묻어 있다면?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리면 된다. ‘비운다, 헹군다, 분리한다, 섞지 않는다’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분리배출할 때는 4가지를 꼭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드디어 직접 만나 줍깅하는 날! 종량제 봉투, 장갑, 집게 등 꾸러미 가방을 하나씩 받았다. 줍깅을 한 뒤에 손을 씻으라며 친환경 비누와 비누망까지 제공되었다. 여기 하나에 담아뒀다가 앞으로 두고두고 쓰면 좋겠다는 생각. 집집마다 플로깅 키트가 생긴 셈이다.
이런 행사는 처음 가보는 거라 낯설면 어쩌지? 가기 전에 걱정했던 마음과 달리, 쓰레기를 주우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우리 동네 환경보호를 위해 만난 이웃이라 금세 가까워질 수 있었다.
시장 옆에 있는 역에서 출발해 천을 따라 쓰레기를 줍고는 다리 건너 다시 돌아오는 코스. 이 근처는 장을 보러 오거나 산책도 자주 했는데 이렇게나 쓰레기가 많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왜 그동안은 주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눈에 띄지 않는 수풀 속에 숨겨진 쓰레기가 많다. 일부러 보이지 않게 버린 것. 주로 음료수 병이 가장 많았고 사탕만 빼 먹고 바로 버린 듯한 비닐 껍질도 꽤 보인다. 횡단보도가 있는 곳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특정 지역에 있는 꽁초는 같은 브랜드의 제품, 누군가 항상 그곳에서 담배를 태우고 습관적으로 버리는 듯하다. 음료수 또한 한 곳에 여러 개가 버려져 있다. 같이 먹고 다 같이 버리다니… 어쩌면 환경보호란 아주 쉬운 일인데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10리터 쓰레기 봉투는 금방 채워졌고 뜻밖에 음식물이나 조개 껍질, 날카로운 물건도 많았다. 줍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분리배출해서 버리는 일이 남았다. 여럿이 함께 하니까 금방 줍겠지 하는 처음 생각과 달리, 등에 땀이 흠뻑 나도록 줍고 또 주웠다. 제대로 된 줍깅 운동 효과를 맛보았달까.
재활용 분리배출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분리배출하는 방법쯤이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몰랐던 것도 많았다. 집에서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학교에서도 분리배출은 누구나 언제든지 하는 일, 제대로 배출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환경오염이 될 수도 있다고!
스웨덴에서 시작된 봉사활동, 플로깅(Plocka up + jogging)이 머나먼 우리나라까지 넘어온 만큼 환경보호는 다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줍는 것이 힘들다면 버리지 않으면 된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보이는 즉시 쓰레기통으로 옮겨도 된다.
동네 산책로를 쾌적하게 만들고 싶은 주민들이 모인 환경 캠페인! 자연을 생각해서 한다지만 결국 나를 위하는 일이다. 쓰레기 줍고 땀 흘리며 이웃과 함께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일석삼조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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