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공급난에 노사 갈등까지..車업계, 올해 임단협 험로 '예고'

권혜정 기자,이장호 기자 2022. 6. 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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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권 확보 나서..타이어업계도 전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기업 다중고"
(자료사진)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이장호 기자 = 완성차 업계가 이번주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에 본격 돌입했다. 고물가와 글로벌 차원의 공급난, 고금리까지 '겹치고 겹친' 삼중고에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노사 갈등까지 예고되고 있어 완성차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노조의 임금인상과 고용안정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올해 임단협에 나서는 완성차 4개사의 노조 집행부가 모두 '강성'이라는 점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최근 3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지었던 현대차 노조는 최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권 확보 절차에 나서는 등 완성차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사측과의 12차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 관계자는 "통상 임단협 안건 2회독이 끝나면 회사는 실적에 맞는 일괄제시안을 제출해야 한다"며 "일괄제시가 없다면 더 이상 교섭의 의미가 없다"고 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Δ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Δ호봉제도 개선 및 이중임금제 폐지 Δ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Δ신규인원 충원 및 정년연장 Δ고용안정 Δ해고자 원직 복직 및 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 인상이 최대 쟁점인 가운데 미래산업 대비 신공장 건설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다만 사측은 신공장 건설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는 등 양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교섭이 결렬되자 즉각 행동에 나섰다. 노조는 2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신청을 하고, 다음달 1일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우선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 조정 중지 결정'을 받으면 언제든 합법적 파업에 나설 수 있다.

올해 현대차 노조와 공동투쟁하기로 한 기아 노조도 전날 사측과 상견례를 갖고 올해 임단협을 시작했다. 기아 노조는 "사측은 지난해 최대 실적에 맞는 최대 성과로 답해야 할 것"이라며 "조합원의 안정적 미래 고용 확보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노조는 시기에 연연하지 않고 요구안을 쟁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완성차 가운데 가장 먼저 임단협을 시작한 르노코리아 노사는 최근 5차 교섭까지 마쳤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Δ기본급 정액 9만7472원 인상 Δ계약직 전원 정규직 전환 Δ임금 피크제 폐지 Δ일시금 총액 500만원 지급 Δ정기상여금 500%에서 600%로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사측은 '다년 합의'를 제안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절했다. 사측은 경영환경 안정 등을 이유로 2022~2024년치 임단협을 한 번에 타결짓자고 했지만 노조는 "2023년, 2024년 임단협은 차기 노조 집행부의 권한"이라며 거절했다. 임금피크제 역시 사안 중 하나로, 노조는 임금피크제로 그동안 조합원이 입은 손실액을 회사가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법률적 검토를 마치는대로 법적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의 부임으로 임단협 시작이 늦어진 한국GM은 이날 노사간 상견례를 가졌다. 한국지엠은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 지급,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창원 공장의 전동화 생산시설 구축 등도 요구안에 포함했다.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지난해 자구안에서 임단협 주기를 3년으로 연장, 올해 교섭을 진행하지 않는다.

(자료사진) © News1 민경석 기자

이제 막 노사간 교섭을 시작한 타이어업계에서의 긴장감도 높다. 수출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타이어업계는 최근 화물연대 파업으로 손해를 본 데다,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해운운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아직 정확한 요구안 등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타이어 노조 역시 큰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해 창사 이래 첫 파업을 겪은 한국타이어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최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노조원들이 설비 가동을 중단시키는 과정에서 사측 관계자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조 측은 안전 문제로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경찰에 고소·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임금협상 과정에서 이 사건이 노사간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완성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작심한 듯 각종 굵직한 요구안을 꺼내 놓음에 따라 올해 임단협이 지난해와 달리 험로를 겪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특히나 고물가와 공급난 등 각종 악재에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겪는 상황에서 사측이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노사간의 갈등이 예고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 노조 모두 '강성 집행부'가 들어섰다는 점도 파업의 가능성을 높인다. 현대차의 경우 강성 집행부가 노조를 이끈 2012~2018년 7년 연속 파업을 겪은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안 중 무리한 부분이 있다"며 "경직된 노동법으로 현장 파업 등이 잦고, 임단협이 1년을 주기로 하기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유연성도 떨어지는 가운데, (노조의 무리한 요구안으로) 올해 임단협 절차는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파업의 가능성이 여느때보다도 높고,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음을 고려해 노조는 물론 사측도 한걸음씩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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