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긴축發 침체 가능성 처음 인정..복합위기 오나

김정남 2022. 6. 23. 15: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 연착륙, 매우 어려운 과제"
"물가 놀랍도록 상승..인플레 잡을 것"
'침체 각오한 긴축'..수위 높이는 연준
복합위기 오나..월가 속내 복잡해진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결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했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두고 공격 긴축 의지를 드러내면서, 이와 동시에 “침체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그의 최근 발언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톤이다. 연준 수장이 사실상 처음 침체를 공개 거론하면서 위기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파월 “분명히 침체 가능성 있다”

파월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미국 경제는 매우 강력하고 강도 높은 통화정책을 감당할 수 있다”면서도 “(경기 침체는) 우리가 의도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분명히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긴축이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반박해 왔다. 가파른 돈줄 조이기로 인해 침체가 올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거론한 건 사실상 처음이다.

파월 의장은 그러면서 “미국 경제 연착륙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토로했다. “다소 부드러운 착륙(softish landing)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기존 답변과는 확 달라졌다.

실제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 주요 기관들은 미국 경제의 침체 확률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날 침체 확률을 50%로 높였다. 네이선 시츠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둔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맞서 싸우는 상황에서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파월 의장이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만큼 시장에 주는 무게감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 데도 긴축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현실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간 매우 놀랍도록 상승했고 앞으로 더한 놀라움이 있을 수 있다”며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립금리 이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현재 금리(1.50~1.75%)는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연준이 추정하는 미국 중립금리는 2.5% 안팎이다. 파월 의장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시사한대로 7월 FOMC에서 7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는다면 2.25~2.50%로 중립금리에 도달한다. 7월 이후 9월, 11월, 12월 등 올해 남은 3번 회의 때마다 계속 공격 긴축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50분 현재 연준이 7월 FOMC에서 75bp를 올릴 확률은 95.7%에 달한다. 시장 참가자들이 7월 자이언트스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넘어 9월 FOMC에서 50bp 인상과 75bp인상 확률은 53.7%, 44.0%로 팽팽하다. 9월에도 최소 ‘빅스텝’은 단행한다는 뜻이다.

‘침체 각오한 긴축’ 발언 수위 높여

파월 의장뿐만 아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지금 처한 상황은 전례 없는 것”이라며 2개 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커 총재는 이를 침체로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으나, 실질적으로는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은 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하커 총재는 다만 “(통화정책이) 제약적인 수준으로 가야 할 필요성은 분명하다”며 7월 FOMC에서 빅스텝 혹은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찰스 에번반 시카고 연은 총재 역시 “통화 완화를 빨리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0.75%bp 인상을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연준이 ‘침체를 각오한 긴축’ 쪽으로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월가의 속내는 더 복잡해졌다. 말 그대로 복합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공포가 점증하는 분위기다. 이날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반발 매수세 유입에 장중 반등했다가 장 막판 급락하며 약세 마감한 것은 파월 의장 등의 발언 때문이다.

블랭크 샤인 웰스매니지먼트의 로버트 샤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은 금융자산에 여전히 가장 큰 위험”이라며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기 시작할 때까지 금리를 올리겠다고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까지 위험자산 랠리는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사진=AFP 제공)

김정남 (jungkim@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