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석불이 있는 그곳, 마애석불이 있는 그곳

2022. 6. 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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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도는 서울 수도권에서 나들이 삼아 찾기에 딱 좋은 곳이다. 연륙교 설치로 육지가 되어버렸지만 섬 특유의 정취도 남아 있고 마니산은 물론이고 서해 바다의 시원함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강화에는 두 곳의 유명한 사찰이 있다. 전등사와 보문사이다. 보문사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해수관음성지이다.

흔히 ‘마음을 위로받으려면 전등사을 찾고 소원을 이루고 싶다면 보문사를 찾으라’는 말이 있다. 관음성지는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성스러운 곳이란 뜻으로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그 어느 곳보다 관세음보살의 가피를 잘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과 강화 보문사가 대표적인 해수관음성지이다.

보문사의 연혁은 꽤 길다. 635년 신라 선덕여왕 때 회정대사가 금강산에서 수행하던 중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고 강화도 낙가산에 내려와 창건했다. 관세음보살의 원력이 광대무변함을 상징하여 보문사라 이름 지었다. 1812년에 중건했으며, 1893년 고종 때는 민비의 전교로 중건하는 등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창건한 지 14년 만인 649년 석가모니 부처님과 미륵보살 등 스물 두 분의 석상을 바다에서 건져 올려 석굴에 모신 나한전 조성 일화는 유명하다. 어부들이 고기를 잡으려 그물을 쳤더니 돌덩이 22개가 건져졌다. 그런데 돌들이 다 사람 모습이라 어부들은 두려운 마음이 들어 바다에 던졌다. 그날, 어부들은 똑같은 꿈을 꾸었다. 꿈에 노스님이 ‘우리는 서천축국에서 왔다. 나와 더불어 22명의 성인이 돌배를 타고 왔는데 물속에 있다 그대들의 그물에 올라왔는데 두 번씩 물속이 넣었다. 우리는 부처님의 무진법문과 중생의 복락 성취 길을 전하러 왔으니 명산으로 안내하라’는 것. 어부들은 돌을 건져 낙가산으로 옮겼다. 그런데 지금의 보문사 석굴 앞에 이르니 돌들이 꼼짝하지 않아 이곳이 신령스러운 장소라 여기고 22두위의 석상을 좌대에 모셨다고 한다.

석실은 사실 흔치 않다. 경주 석굴암, 군위 삼존 석굴, 속초 개조암 정도이다. 보문사의 석실은 649년경 조성했다. 천연 동굴인 석굴의 입구는 세 개의 아치형 홍예문이 있고 그 안은 약 30평 정도. 상단에 석가모니부처, 미륵보살, 제화갈라보살, 송자관음보살을 모시고 중단에는 탱화와 세 분의 삼존상과 관세음보살상 그리고 19분의 나한상을 모셨다.

보문사 가는 길은 가파르다. 낙가산 보문사 현판부터 경사길을 올라야 하고 특히 백미는 눈썹 바위 마애불 가는 길이다. 수없이 많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계단 옆에는 중생들이 비는 소원등이 달려 있다. 허벅지가 뻐근해질 때까지 올라야 하니 이를 정성이라 마음먹어야 하겠다. 마애석불좌상의 크기는 약 11m로 웅장하다. 이 석불좌상은 금강산 표훈사 주지 이화용과 보문사 주지 배선주가 1928년 낙가산 중턱 일명 눈썹바위 암벽에 조각한 것이다. 불상은 뒤의 둥근 빛을 배경으로 네모진 얼굴에 보석으로 장식된 커다란 보관을 쓰고, 손에는 정병(세속의 모든 번뇌와 마귀를 씻어주는 깨끗한 물을 담은 병)을 들고 있으며 연꽃 받침 위에 앉아 있다. 얼굴에 비해 넓고 각이 진 양 어깨에는 승려들이 입는 법의를 걸치고 있으면 가슴에는 커다란 ‘만卍자’가 새겨져 있다.

보문사에서 꼭 봐야 할 것은 오백 나한이 33관음보탑을 바라보는 나한상으로 이는 깨달음을 얻은 500인 수행자의 모습이다. 또한 수령 600년 향나무와 은행나무 그리고 290년 수령의 느티나무 두 그루는 그늘을 만들어 사찰을 찾는 이의 더위를 식혀준다. 종교를 떠나 사찰은 중생을 위로하는 곳, 보문사가 바로 그런 곳이다.

[글 장진혁(프리랜서) 사진 문화재청]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35호 (22.06.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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