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력 낮지만, 잠복기 길어".. 원숭이두창, 여름철 조용한 전파 우려

김명지 기자 2022. 6. 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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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접 접촉으로 감염, 잠복기 21일로 길어
발열 없고 피부 발진은 내밀한 곳에 나타나
검역단계, 의심환자 발견하기 어려워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글로벌 보건 위기 우려를 낳고 있는 감염병 원숭이두창의 확진자가 국내에서도 발생한 가운데 23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모니터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원숭이두창의 지역 사회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잠복기가 2~3주 정도로 길고, 여름 휴가철을 맞아 활동 반경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 때문이다. 최근 해외여행이 크게 늘면서 이번 의심환자 진단 과정에서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검역의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23일 의료계에서는 최근 해외여행 증가로 국내에서도 원숭이두창이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과 비교하면 감염력이 낮지만, 잠복기가 최대 21일로 길고,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원숭이두창의 주요 증상으로 발열, 피부 발진 등이 꼽힌다. 발진은 발열 후 1~3일 이내 시작하며, 머리부터 시작해서 전신 및 팔다리, 손바닥, 발바닥까지 진행되고 중앙이 파인 수포성 발진이기 때문에 눈에 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최근 유행하는 원숭이두창은 발열은 거의 없고, 발진도 얼굴이나 손바닥 등 눈에 잘 보이는 곳보다 신체 내밀한 부분에 빈번히 나타난다고 보고됐다. 검역단계에서 육안으로 의심환자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잠복기도 길어서 입국할 때 증상이 없을 수도 있고, 증상이 있어도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으면 방역당국이 발병 사실을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국내 첫 의심환자 두 사람도 모두 입국 전부터 증상이 있었지만 검역대를 통과했다.

최종 수두로 판정됐지만, 국내 첫 의심환자인 외국인 A씨의 경우 입국 다음 날인 지난 21일 부산에 있는 병원을 찾은 후 병원이 의심 사례로 신고했다. 국내 첫 확진자는 지난 21일 독일에서 귀국한 30대 내국인이다. 입국 당시 미열과 인후통, 피부병변이 나타나 스스로 방역당국에 의심 신고를 했지만 검역대를 통과한 이후였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해외 입국자들이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입국자들 앞에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원숭이두창은 증상이 있는 감염자와의 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감염자의 혈액, 체액(침, 소변 등)이 피부 상처나 점막을 통해 직접 접촉하는 경우다. 미국에서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사람 9명이 나이지리아에서 다른 국가로 장거리 비행을 했으나 비행기 내 감염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활동이 크게 늘어나는 여름 휴가철 물놀이 활동 등은 확산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입국 전후로 진단검사를 받는 코로나19와 달리 원숭이두창은 대대적인 진단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다. 방역당국이 지난 2016년 원숭이두창에 대해 실시간 유전자검사(PCR) 체계를 구축했지만, 증상이 없는 경우 정확도가 떨어져 잠복기 때는 음성 판정이 나올 수 있다.

국내에는 2세대 사람두창 바이러스용 백신 3500만 회분이 비축돼 있다. 원숭이두창은 사람두창 백신으로도 85% 수준으로 예방할 수 있다. 현재 부작용 우려가 적다고 알려진 3세대 두창 백신 임바넥스(미국명 진네오스)를 도입하기 위해 제조사와 협의 중이다.

현재 원숭이두창 전용으로 개발된 치료제는 없는 상태다. 다만 2018년 사람두창(천연두) 치료제로 개발된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마트가 원숭이두창에도 효과를 보였다. 방역당국은 7월 중 테코비리마트 약 500명분 도입을 논의 중이다. 다만 13㎏ 이상 어린이와 성인 대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3~6% 수준이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치명률(0.13%)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신생아, 어린이, 임신부, 면역저하자의 경우 치명률이 더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 의견이다. 원숭이두창에 확진된 환자는 시도별 지정입원 병상에서 격리 치료를 받는다. 다만 초기 확진 환자는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료하기로 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현지 시각) 긴급회의를 개최해 원숭이두창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논의한다.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WHO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에 대해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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