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법제, 현실성 떨어지고 포퓰리즘에 경도돼"

황국상 기자 2022. 6. 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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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식 서울대 명예교수, 경제법학회 기조발제서 '경제개혁위' 설치 통한 기업법제 개편 제안
삽화_tom_한국경제_봄_종이배 /사진=김현정디자이너

한국 기업법제가 경제 현실에 뒤쳐진 데다 과도하게 정치화돼 있는 등 문제가 크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제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한 '경제개혁위원회'를 신설해 기업법제의 총체적 정비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건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한국경제법학회·한국법제연구원 공동 주최로 '신정부의 기업·산업법제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된 하계 학술대회 기조발제를 통해 "선진국으로서의 우리 위상에 적합한 수준으로 우리 기업법제를 정비하는 일은 널리 주목을 끌 수는 없어도 경제발전의 주체인 기업의 조직과 활동의 틀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주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기존 국내 기업법제의 문제로 △현실 적합성 결여 △정치성의 강화 △보편성의 후퇴 -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괴리 △혼란스러운 체계 등 4가지를 꼽았다.

◇"현실적합성 괴리, 재벌 담론이 대표적"
현실 적합성 괴리와 관련해 우선적으로 재벌관련 입법에서의 혼란을 문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지난 반세기 동안 재벌 문제는 우리 사회의 담론을 지배해왔고 그 담론은 우리 기업법제 내용에 다방면으로 커다른 영향을 미쳤다"며 "경영권 방어 수단, 다중대표소송, 관계자 거래, 금산분리 등 크고 작은 개혁 논의의 배후에는 항상 그러한 개혁이 재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계산이 작용했다"고 했다.

또 "오랜 논의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재벌 문제는 아직 가닥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라며 "논의에 진전이 없는 주된 이유는 그 담론이 갖는 강한 정치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상법 내 회사편에 재벌 문제를 규율하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가 도입됐고 공정거래법이 직접적으로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제목을 붙인 별도의 장을 마련하는 등 재벌 행동을 통제하는 규정이 마련되기는 했다. 그러나 그는 "회사법과 공정거래법의 역할 분담이 분명하지 않아 상당한 혼선이 존재한다"며 "현재의 규제는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폐해를 충분히 해소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두 법이 모두 재벌 규제에 나섰으면서도 중도반단(中途半斷)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재벌의 정치적 반발이 거셌던 탓도 있겠지만 우리 경제의 주축을 담당하는 재벌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없는 정책 당국의 고민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재벌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토대로 현행 규제를 현실적합성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제민주화' 등 정치이슈의 경제화
정치 이슈가 경제법에 반영된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목됐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기업법제가 기술성·전문성이 지배하는 영역으로 정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법제가 정치논리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영역으로 변화했다"고 했다.

그 대표적 예가 역시 재벌 관련 규제로 지목됐다. 김 교수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개정이 공약에까지 들어가게 된 것, 이후 다중대표소송 도입이나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의들도 강한 정치적 성격을 보여준 사례로 꼽았다.

그는 "민주국가에서 법의 형성이 정치적 영향을 받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치논리가 과도한 힘을 발휘하다보면 결국 법제의 내용이 왜곡돼 현실 적합성이 저해되는 방향으로 흐르기 십상"이라며 "특정 집단의 이익에 치중한 입법도 문제지만 포퓰리즘에 치우친 과격한 입법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중대재해법·재벌규제 등 보편성 이탈도 우려"
글로벌 스탠다드로부터의 이탈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우려요인으로 지목됐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 기업법제는 보편성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후퇴하는 부분도 차츰 늘고 있다"며 "보편성의 후퇴는 주로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자적 입법이 출현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예로 △회사법상 감사·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규정 △상장회사 특례규정 △공정거래법상 재벌관련 규정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꼽으며 "그 목록은 점점 길어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또 입법 부작위를 통해 글로벌 표준으로부터 이탈하는 사례로 코로나19(COVID-19) 당시 현장 대체형 전자주주총회를 허용하는 비상입법을 단행한 여러 선진국들과 달리 국내에서는 입법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법제 미비 등 근본적 사항에 대한 입법 결여도 문제로 꼽혔다.

김 교수는 "각국이 놓인 환경에 따라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도 달라지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뚜렷한 이유가 없이 선진국에서 보편적 모델을 벗어나는 것은 문제이며 특히 정치적으로 특정 집단의 이익이나 포퓰리즘에 치우쳐 독자적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현재와 같이 기업활동이나 투자가 국경을 넘어 일어나는 시대에는 정당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2009년 증권거래법이 자본시장법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상장사 특례규정 일부가 상법으로 수용됐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상법과의 정합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물리적으로 결합되는 데 그친 점을 문제로 꼽았다. 주식회사를 그 규모나 상장 여부에 따라 구분해 별도의 법원칙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한지, 그렇다면 그 내용은 어떻게 설계하는 게 바람직한지 등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주도 '경제개혁위' 통해 기업법제 개편 나서야"
김 교수는 이같은 과제를 해결할 구심점으로 경제 관련 부처가 중심이 돼 학계 및 실무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경제개혁위원회'를 구축, 기업법제 개편 논의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경제개혁위원회가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기업법제의 과제를 파악하고 구체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기업법제의 정비와 관련한 지향점 및 판단기준으로는 '효율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또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경제적 가치 역시 기업법제에서 중요시되고 있음을 지목하며 "효율을 양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비경제적 가치가 무엇인지 가급적 구체화할 것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스튜어드십코드나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등 연성규범(Soft Law)의 활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회사법 관련 규정의 해석이나 집행에 있어서도 당사자간 합의를 우선하는 사적조정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정합성을 추구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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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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