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수기공모-우수상] 11살 믹스견 몽실이 이야기

파이낸셜뉴스 2022. 6. 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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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수기공모-우수상] 11살
[반려동물 수기공모-우수상] 11살
“지영아, 외할머니댁 강아지가 새끼 낳았대!”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좋아했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좋았다. 친구들이 지영이 꼬시려면 강아지만 있으면 되겠다 라고 할 정도로.

강아지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내가 새끼강아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도 피곤하다는 핑계로 외가에 가는 걸 미루고 있었다.

반년 후 나는 결혼을 했고 일을 그만두며 삶의 여유가 생겼다. 결혼 후 첫 명절 외가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실은 강아지를 보러 가는 이유가 더 컸다.

“우와!!!! 강아지!!!!!!!!”
내 목소리를 들은 강아지가 개 집 안에서 뛰쳐나왔다.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세상에....바야바 그 자체였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언제 자른지도 모를 상태의 털에 도깨비풀, 낙엽 부스러기, 흙먼지.. 헉소리가 나오는 충격의 몰골이었다. 그래도 내가 예뻐해줄 거라는 걸 알았는지 내 앞에 배를 보이며 누웠다. 한참동안 배를 만져주다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물어보니 바야바의 이름은 몽실이고 4마리의 새끼 중 한 마리만 아랫집 이웃이 데려가고 나머지는 모른다고 했다.

“앞으로 몽실이 털 관리는 제가 해도 돼요?”
외가에서는 너무 좋아하셨다. 본인들은 할 줄 몰라서 못 해주고 있었다고. 샵에서 몽실이의 털을 싹 밀었다. 그리고 후드티 하나를 사 입혔다. 미용 후 그동안 쓰던 무거운 목줄, 쇠사슬은 버리고 가벼운 목줄과 긴 와이어 줄을 사서 외가로 향했다. 다시 그 추운 곳으로 가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몽실이는 행복해 보였다. 이렇게 사람에게 안겨 온기를 느껴보는 것이 처음이였을테니까.

[반려동물 수기공모-우수상] 11살
“지영아, 몽실이 엄마 친구가 데려가고 싶대.”
몽실이가 예뻤지만 내가 데리고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할머니는 시골에 혼자 살기 싫으시다며 도심으로 나오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몽실이가 갈 곳이 없어졌다. 나더러 데려가라고 하셨다.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집 안에서 키우는 건 싫었다. 나는 예뻐할 줄만 알았지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할머니의 이삿날은 다가오는데 몽실이의 거처는 정해지지 않았고, 갈 데가 없으면 개장수에게 팔아버린다고 하셨다.

“꾸니야..몽실이 우리가 데려올까..?”
“그래, 너 몽실이랑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며, 그러자”
어떻게든 내가 데리고 오고 싶었다. 나 보다 몽실이를 좋아해줄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당장 전셋집이고 방법은 없고 속이 탔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사는 외삼촌에게 부탁을 했다. 강아지 사료, 미용, 병원비는 다 내가 낼테니 우리가 키울 여건이 될 때까지만 삼촌 마당 좀 빌려달라고. 그렇게 허락을 받고 몽실이의 중성화를 위해 병원에 데려갔다.

몽실이는 6살 추정이라고 했다. 믹스견이고 성격도 아주 좋고 슬개골 탈구가 있지만 근육이 많아 문제가 되진 않는다 했다. 그보다 몽실이는 천운이라고 했다. 몽실이는 하루만 늦었어도 일이 커졌을거라고 했다. 자궁축농증이 극초기 단계여서 몽실이도 통증이 없는 상태였고 수술 전 피검사에서 염증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했다. 너는 나랑 살 운명이였구나 싶었다.

[반려동물 수기공모-우수상] 11살
현재 몽실이는 11살이고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우리 집 안에서.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삼촌 마당에서 2년 정도를 더 살고 나와 한 지붕 아래에서 살게 되었다. 내가 우려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심하게 짖지도 않고 사고도 안치고 불리 분안도 없다. 나는 걷는 걸 좋아하다 보니 몽실이의 실외 배변은 문제 될 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주 5일 하루 평균 10km의 산책을 한다.

강아지도 사람못지 않게 섬세한 감정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된 계기가 있다. 몽실이가 산책 중 발톱이 빠져 깁스를 하게 되었다. 깁스를 하는 기간 내내 비가 왔고 긴 산책을 나가지 못하니 몽실이가 스트레스를 받는지 코가 바싹 말라버렸다. 산책 대신 드라이브를 갔다. 몽실이는 비 맞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차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한참을 바깥공기를 느꼈다. 집에 온 몽실이는 코가 촉촉해져 있었고 생기를 되찾았다.

강아지도 사람 못지 않은 섬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라는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또한 믹스견에 대한 편견도 없어지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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