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행 부실 덮으려 방역용 건강코드로 주민 이동 통제..중국 지방 간부들 문책

이종섭 기자 입력 2022. 6. 23. 13:25 수정 2022. 6. 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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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건강코드 조작 의혹’ 관련 기율·감찰위원회 조사 결과 통보문. 홈페이지 캡쳐

중국의 한 지방 방역당국 간부들이 코로나19 방역용 휴대전화 건강코드를 조작해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한 사실이 현지 감찰당국 조사로 확인됐다. 감찰기관은 이들을 징계하기로 했지만 처벌 수위가 낮은데다 간부들이 권한을 남용해 조직적으로 건강코드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 기율·감찰위원회는 마을은행 예금주 건강코드 조작 의혹에 관한 조사를 진행해 시 코로나19 방역통제본부 사회관리통제지도부장 등 5명이 연루된 사실을 확인해 문책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들은 정저우의 한 마을은행이 부실은행으로 지정되면서 은행에 돈이 묶인 예금주들이 집단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해 건강코드를 맘대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에서는 휴대전화에 있는 방역용 건강코드가 녹색(정상)으로 표시돼 있어야 자유로운 이동이나 공공장소 출입 등이 가능한데 건강코드를 빨간색(비정상)으로 바꿔 예금주들의 이동을 제한한 것이다. 앞서 정저우에서는 이달 중순 문제가 된 은행을 방문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온 예금주 일부가 갑작스런 건강코드 이상으로 격리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당국에 의한 건강코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정저우시 기율·감찰위는 이와 관련해 관련자들이 정저우에 거주하는 예금주 446명과 타 지역 거주자 871명 등 모두 1317명의 건강코드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의 행위가 심각한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규정과 법에 따라 2명을 각각 직위 해제와 강등 처분하고 나머지는 경징계했다고 설명했다.

처분 결과가 공개되자 온라인 상에서는 명백한 범죄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관련자들을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유명 관변 논객인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다수 네티즌이 징계가 가볍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정당하고 중시할만하다”며 “공신력을 실추시켰고, 권한이 법보다 크다고 여기는 일부 관료의 잘못된 인식과 풍조가 반영된 것으로 훨씬 엄숙하고 심각하게 인식해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방역당국과 건강코드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커지는 분위기다. 관리들이 마음만 먹으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도입한 건강코드가 언제든 주민들을 감시·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차이웨이핑(蔡衛平) 광저우 의대 부속 제8병원 감염병센터 수석 전문가는 “건강코드는 코로나19 통제를 위한 ‘방역 신분증’”이라며 “방역 이외에는 어떤 이유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건강코드의 통제 기능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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