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체코도 환영한 탈원전 폐기

박수진 기자 2022. 6. 2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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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수주전 취재차 체코를 방문했다.

8조 원이 투입되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건설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EDF) 등 원전 강국들이 대거 입찰에 참여해 관심이 집중돼 있다.

정부·산업계·학계는 물론이고 지역주민까지 하나같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이 한국 원전 산업의 장애이자 약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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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경제부 차장

지난 5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수주전 취재차 체코를 방문했다. 8조 원이 투입되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건설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EDF) 등 원전 강국들이 대거 입찰에 참여해 관심이 집중돼 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신화를 다시 쓸 수 있고, 향후 유럽 원전 시장 진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시험대다. 현지에서 만난 체코인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한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폐기에 대한 이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다. 정부·산업계·학계는 물론이고 지역주민까지 하나같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이 한국 원전 산업의 장애이자 약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부정적 요인이 제거돼 다행이라며 정부 지지 없이 한수원이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 국내 기술을 활용해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해외에 지어주겠다고 하면 신뢰가 생기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문 정부는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과 원전 수출은 별개라고 주장해왔는데 우리 원전을 사 줄 외국인들의 생각은 180도 달랐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다수의 에너지 전문가가 새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 정책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비단 해외 수출·산업 생태계 복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전의 부활은 경제나 안보를 넘어 인류 생존과 직결된다.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탄소 중립 추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치솟는 유가·가속화하는 에너지 패권 경쟁 속에 저렴한 단가와 무탄소 장점을 앞세운 원전으로의 회귀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감축에 나섰던 주요국들은 이제 빠른 속도로 원전으로 복귀하고 있다. 맹목적인 정치이념에 갇혀 마치 ‘착한 에너지’와 ‘나쁜 에너지’가 있는 것처럼 ‘갈라치기’하는 뜬구름 잡는 정책이 더 이상 차지할 자리가 없음을 뜻한다.

정상 궤도를 되찾아가고 있는 듯 보임에도 여전히 불안하고 못 미더운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리저리 휘둘리던 에너지 정책을 너무 많이 봐온 탓일지 모른다. 정권 입맛에 따라 산업의 존망이 결정되고 정책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되는 건 낯선 풍경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 5년 뒤엔 다시 ‘탈원전 시즌2’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과학적 관점에서 에너지 백년대계를 세워야 하는 것은 후손을 위한 우리의 의무다. 원전 진흥 정책 역시 장밋빛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원전가동률을 70%대에서 80∼90%대로 올리고, 원전 비중을 30∼35%대로 늘린다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어떻게’가 뒷받침돼야 한다. 공론화 등을 통해 원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40년간 표류해온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확보에 나서는 것이 대표적이다. 모 공기업 사장이 말했던 것처럼 구름 위가 아니라 땅으로 내려와 두 발을 디뎌야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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