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초유 3연속시즌 10연패'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 리빌딩 기간 늘렸다[SS포커스]

윤세호 입력 2022. 6. 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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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들이 지난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리빌딩은 고통이다. 수없이 많은 패배 속에서 희망을 품고 우직하게 이겨내야 한다. 선수단과 프런트 오피스가 일심동체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보며 인내할 때 비로소 종착역이 보인다.

그런데 한화의 리빌딩은 끝이 없다. 21세기 최약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랫동안 루징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18년 정규리그 3위에 오르긴 했으나 연속성이 없다. 이듬해인 2019년 다시 9위로 추락했고 2020년과 2021년은 최하위다. 올해 역시 최하위를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매달 긴 연패에 빠지며 또다른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한화는 지난 9일 잠실 두산전부터 22일 잠실 LG전까지 10연패, 3연속시즌 두 자릿수 연패를 당했다. KBO리그 통산 최초 3연속시즌 두 자릿수 연패다. 2020년 5월 23일 NC전부터 6월 12일 두산전까지 18연패, 2021년 6월 19일 SSG전부터 7월 1일 두산전까지 10연패에 빠졌다. 약팀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삼미나 쌍방울도 3연속시즌 10연패는 당하지 않았다.

놀랄 일은 아니다. 전력 자체가 약하다. 당장 국제대회가 열린다고 가정하면, 한화에서 태극마크를 달만한 선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2루수 정은원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데 정은원이 같은 2루수인 안치홍, 김혜성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아니다. 마운드는 더 심각하다. 투수 부문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상위 30위 내에 한화 투수가 전무하다. 지난해 토종 에이스로 도약하는 것 같았던 김민우는 올해 다시 고전하고 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자타공인 최약체가 된 데에는 뚜렷한 원인이 있다. 프런트 오피스의 결정적인 실책이 반복되면서 리빌딩은 하염없이 길어진다. 지난 몇 년 동안 한화의 잘못된 선택을 돌아본다.

◆테이블에서 ‘슈퍼 갑‘ 임에도 거래 포기, 예비 FA 정우람 트레이드 불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0년부터 트레이드 활성화를 기대하며 신인 지명권 트레이드를 허용했다. 하위팀이 즉시전력감 선수를 상위팀에 내주는 대신 높은 순위의 지명권을 확보해 리빌딩에 가속페달을 밟게 하려는 의도다. 한화는 지명권 트레이드 첫 해부터 이러한 기회와 마주했다.

2020년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노리던 NC는 불펜 보강을 위해 한화와 트레이드 카드를 교환했다. NC가 반년 후 FA가 되는 마무리투수 정우람을 원했는데 한화는 이를 끝까지 거부했다. NC가 복수의 20대 선수 혹은 상위 지명권을 제시했음에도 한화는 고개를 흔들었다.
한화 정우람.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결국 NC는 KIA와 테이블을 차렸다. KIA에 장현식, 김태진을 내주고 KIA로부터 문경찬을 받았다. 장현식은 KIA에서 필승조로 올라섰고 지난해 홀드왕을 차지했다. 올해도 KIA 필승조 라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2년 전 미래를 바라보고 현재를 희생한 KIA와 달리 한화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정우람 카드로 ‘슈퍼 갑’이 될 수 있었음에도 소극적으로 관망하기만 했다.

◆부상으로 퇴출당한 외국인투수 영입, 2년차에 다시 부상 퇴출
닉 킹험은 2020년 SK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1선발 에이스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부상으로 2경기만 등판하고 퇴출당했다. 내구성에 물음표가 붙은 만큼 킹험의 코리안 드림도 이대로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화가 킹험의 손을 잡았다. 한화는 2021시즌 외국인투수로 킹험을 선택했다. 한화에서 첫 해는 나쁘지 않았다. 킹험은 144이닝을 소화해 규정이닝을 간신히 채웠다. 10승 8패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했다. 몸상태에 물음표를 확실히 지우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준수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한화 선발투수 킹험이 지난 4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두산과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화는 올해도 킹험과 재계약을 맺었다. 간신히 시즌을 완주한 투수에게 재차 믿음을 보였는데 결과는 참담하다. 킹험은 올해 3경기만 등판한 채 부상으로 짐을 싸고 떠났다. 외국인투수의 활약이 어느 팀보다 절실한 한화인데 킹험과 더불어 카펜터까지 두 달 가량 로테이션에서 이탈하다가 이별했다. 시즌 초반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결국에는 또다시 빈손, 외부 FA 영입 제로

외부 프리에이전트(FA) 영입이 늘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는 만큼 리스크도 크다. 잘못된 FA 영입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잃어버리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보통은 우승을 위한 마지막 한 조각을 맞추기 위해 거액을 들여 외부 FA 계약을 체결한다.

하지만 한화는 상황이 다르다. 현재 전력으로는 팀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어렵다. 최소한의 위닝 멘탈리티를 갖춰야 상대와 경쟁할 수 있는데 구성원 중 이를 전파할 선수가 없다. 그래서 FA가 필요했다. 우승 경험이 있고 기량도 뛰어난 특급 FA를 데려와 자연스러운 체질개선을 노려야 했다. 실제로 한화는 2020년 겨울 정수빈과 FA 계약 마지막 단계까지 갔다.

그래서 지난 겨울에 대한 기대가 컸다. 시장에 특급 FA 외야수가 가득한 만큼, 정수빈보다 뛰어난 선수를 데려올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또다시 빈손이었다. 내부 FA 최재훈만 잡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속사정이 안타깝기는 하다. FA에 있어 한화는 불호 구단이다. 전력이 뛰어나지 않고 과거 FA 계약을 맺었던 선배 선수들과의 결말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100억원 선수가 한화 유니폼을 입기 위해서는 120억원, 130억원으로 계약규모가 훌쩍 커진다.
한화 6번타자 하주석이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 1회초 2사 만루에서 삼진아웃으로 물러나고 있다. 2022.6.7.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는 모험이 필요했다. 당장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는 못해도 매 경기 희망을 보여주며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야 리빌딩에도 마침표를 찍는다.

하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하주석, 정은원, 노시환에게 계속해서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짊어지게 하면 이들 또한 무너질 수 있다. 실제로 하주석은 절망을 이겨내지 못한 채 폭발했다. 류현진, 이정후, 강백호처럼 처음부터 잘하는 극소수의 선수는 있어도 알아서 성장하는 선수는 없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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