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창'으로 출발..'명품 총기' 메카 된 SNT모티브

2022. 6. 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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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플러스-대한민국 新성장동력 'K-방산'③]
국군 K시리즈 개인화기 생산현장을 가다
'대한민국' 새겨진 M16A1 첫 탄생 장소
1981년 K1A·1984년 K2 개발 산실
K16 기관총·K-14 저격용 소총도 납품
전세계 10여개국에 수억달러 규모 수출
뛰어난 보안관리..국방부장관 표창도
황현재 SNT모티브 특수개발팀 책임이 STSR23 반자동 저격총에 대해 취재진에 설명하고 있다. 우원희PD

K-방산의 기세가 무섭다. K-방산은 K-팝, K-방역과 같은 한국(KOREA)을 대표하는 K-콘텐츠 가운데 한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중갈등과 미러갈등 등 글로벌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방산시장도 점차 확장 추세다. 방산수출을 넘은 우방국과의 방산협력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동력이 될 뿐 아니라 분단 대한민국의 사활과도 직결된다. 헤럴드경제는 K-방산의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모색한다.

“야외사격장에서 사격을 실시할 예정이오니 전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입산중인 주민 여러분께서는 즉시 하산 및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높은 톤의 사격안내방송이 반복됐다. ‘아, 여기 사격장이지’ 혼잣말이 나도 모르는 새 터져 나왔다. 군 제대 이후에도 국방·방산 분야 취재를 해오면서 군 시설과 정보기관 등에서 간간히 실내사격은 해봤지만 야외사격장에서 오는 중압감과 긴장감은 차원이 달랐다.

▶총 처음 잡은 사람도 몇 발만에 명중=‘K-방산’ 취재를 이어오고 있는 헤럴드경제는 부산 기장군 철마면에 자리한 글로벌 소구경 화기제조업체 SNT모티브를 찾았다. 항공기와 전차, 자주포 등 덩치 큰 무기체계들이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군의 개인화기의 현주소는 어디쯤 와있는지 짚어보고 싶다는 취지였다.

화기제조업체인 만큼 야외사격장부터 찾았다. ‘통제관은 야외사격장 수락검사 전 경고방송을 실시하고 사수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사격은 통제관의 지시 하에 실시하며 개별행동을 금지한다’ 등 도심에서는 접할 수 없는 ‘안전수칙’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격안내방송 뒤에는 송병조 특수개발팀 책임의 STC16 자동소총, 그리고 고진욱 특수개발팀 책임의 STSM21 기관단총 사격 시범이 이어졌다. 해발 605m의 철마산을 비롯해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야외사격장은 금세 귀를 먹먹하게 하는 총성과 짙은 화약냄새로 가득 찼다. 송 책임과 고 책임은 STC16 자동소총과 STSM21 기관단총 개발에도 직접 참여했다. 이어 간단한 안전교육을 마친 뒤 취재진이 사격을 체험해볼 수 있는 차례가 돌아왔다. 취재진 앞에는 SNT모티브가 개발한 K-14 저격용 소총이 마련돼 있었다. 첩보영화에 등장하는 ‘스나이퍼’들이 쓸 법한 형태로 양각대를 장착하고 있었다. K-14 저격용 소총은 야간사격시 화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됐고 다목적 레일을 장착해 다양한 부수장비 장착이 가능하다. 특히 사격 지지대를 기본 장착해 원거리 정밀사격이 가능하며 개머리 견착부 길이 조절과 높이 조절이 가능해 편의성을 증대시켰다고 한다. 독일 슈미트 운트 벤더(Schmidt & Bender)의 12배율 조준경을 채택했다.

개머리판을 어깨에 대고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방아쇠에 위치시킨 뒤 왼손은 개머리판 아래 수직으로 내려온 보조 손잡이를 잡았다. 숨을 멈춘 뒤 방아쇠를 당기자 7.62㎜ 총탄이 날아가 표적지에 붙은 풍선을 터트렸다. 방아쇠는 M-16보다 훨씬 민감한 느낌이었다. 함께 현장을 찾은 다른 취재진들도 비교적 손쉽게 표적을 맞혔다. 특히 처음 총을 잡은 사람도 처음 몇발은 표적을 벗어났지만 통제관으로부터 자세교정과 간단한 요령을 전달 받곤 곧바로 표적을 명중시켰다. 송 책임은 “개발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스나이퍼라는 개념도 생소할 때였다”면서 “백지상태에서 인터넷 자료를 뒤지고 미국 전시회를 찾아 사진도 찍어오고 해가면서 상당히 어렵게 만들었는데, 이제는 성능은 물론 모든 면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는 명품 총기로 인정받고 있다”며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하나의 총기를 완성하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다. 군 복무 때보다 입사 뒤 오히려 더 사격을 많이 한다는 고 책임은 사격 시험 과정에서 소음으로 인한 가벼운 두통이나 탄피에 데이거나 멍이 드는 일도 종종 있다고 귀뜸했다. 고 책임은 그러면서도 “아무리 사격을 많이 해본다고 하더라도 딱히 만족이라는 개념은 없다”며 “목표를 달성하면 좋겠지만 당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임무”라고 말했다.

고진욱 SNT모티브 특수개발팀 책임이 야외사격장에서 STSM21 기관단총 사격시범을 보이고 있다. 우원희PD

▶국방부 조병창으로 출발, 총기 수출 주도까지=K-14 저격용 소총뿐이 아니다. SNT모티브의 총기 개발 역사 자체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SNT모티브의 출발은 1970년대 국방부 조병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NT모티브 방산공장이 산봉우리에 둘러싸인 곳에 둥지를 튼 것도 적의 공격으로부터 공장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취재진이 찾은 2만여㎡의 방산공장 입구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엎드려 사격하는 사진과 함께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의 총기를 제작한 장소이다’라는 문구가 각인돼 있었다. ‘대한민국’이 새겨진 최초의 M16A1이 생산된 역사적 장소를 아로새긴 것이다.

이후 1981년 국방부 조병창이 민영화되면서 대우정밀공업이 설립됐고, 2006년 S&T그룹이 대우정밀을 인수한 뒤, 2012년 S&T모티브, 그리고 2021년 SNT모티브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초기에는 미국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M계열 면허생산을 주로 하다가 1981년 K1A 기관단총에 이어 1984년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K2 소총을 국내개발해 우리 군에 보급하는 역사를 쓰게 된다. SNT모티브 관계자는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1973년 국방부 조병창으로 설립됐다”며 “우리 군의 개인화기 국산화로 시작된 기술력은 자동차부품사업과 함께 발전해 이제는 글로벌 1차 부품업체(Tier-1)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6·25전쟁 당시 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하던 대한민국이 해외로 총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기까지는 애환이 없을 수 없다. 총기 개발 초창기에는 국제 방산전시회에서 해외업체로부터 ‘카피’한다는 조롱을 듣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984년 나이지리아에 K2 소총 3000정을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중동과 아프리카,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전세계 10여개국 이상에 수억달러의 소구경 화기를 수출하는 위상으로 탈바꿈했다. 일부 제품의 경우 한국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 더 많이 도입하기도 한다. SNT 관계자는 “해외 선도국 소총에 비해 뒤지지 않는 성능과 품질에 더해 가격 경쟁력과 정확한 납품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또 아이러니하지만 분단국이지만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 국군이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큰 신뢰성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날 SNT모티브는 대한민국 국군 주력화기인 K2, K2C1 소총을 비롯해 K1A 기관단총, K3, K6, K12 등 다양한 라인업의 기관총, 그리고 근접전투 시 소대 일반지원 또는 보병분대에 배속돼 적 밀집부대를 비롯한 지역 표적 제압용으로 운용되는 K16 기관총, 그리고 K-14 저격용 소총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고 있다. 이밖에 군이 아직 채택하지 않은 STC16 자동소총, STSM21 기관단총, STSR23 반자동 저격용 소총 등에는 ‘ST’계열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한편 SNT모티브는 방산업체라는 사명감에 따라 보안관리에도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4월에는 국방부 국방정보본부가 주관한 보안관리 우수업체로 선정돼 국방부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SNT모티브 관계자는 “방위사업 영위 기업으로서 견고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속적인 투자와 철저한 관리를 통한 군사기밀보호로 국가안보에도 기여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신대원·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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