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종 부자' 소형준 "땅볼유도 투심, 안떨어지는 슬라이더 재미있다"[SS 창간인터뷰②]

장강훈 2022. 6. 23. 10: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 수원=장강훈기자] 2000년대생 최초의 신인왕. KBO리그 Z세대 대표 주자. 디펜딩챔피언 KT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영건. 그리고 ‘강철멘탈’. 소형준(21)을 수식하는 말이다. 프로 3년차에 불과하지만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에 거의 모든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구종부자다. 마운드 위에서 드러나는 여유는 10년차 베테랑 못지않다. 스포츠서울이 창간 37주년을 맞아 ‘Z세대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소형준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나 야구와 인생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KT 소형준이 지난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KT 소형준은 구종 부자다. 패스트볼 계열만 세 가지(포심, 투심, 컷)를 던지고, 체인지업과 스플리터도 구사할 수 있다. 커브와 슬라이더도 자유자재로 던진다. KT 이강철 감독은 “일부러 안던지는 구종이 있다. 자신의 컨디션과 타자 반응 등을 보고 구종을 선택해 던진다. 3년차이지만, 10년 넘은 베테랑 같다”며 껄껄 웃었다.

◇투심 패스트볼은 최애 구종
투심의 대가 반열에 올랐다. 구속도 빠른데 떨어지는 궤적도 크다. 이른바 무빙 패스트볼은 타자의 배트와 만나는 지점에서 빠르게 변해야 한다. 소형준의 투심은 포심처럼 날아드는 것처럼 보이다가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지난해 구속이 떨어졌을 때는 ‘투심 영향’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소형준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포심과 투심 구속 차가 없다. 떨어지는 각이 무딘 날에는 맞아 나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땅볼 유도를 많이 한다. 효율적인 투구가 가능하다. 던지는 방법도 같고, 더 효율적인 구종”이라고 자신했다.
우연한 기회에 습득해 ‘최애 구종’이 됐다. 그는 “고3 올라가는 겨울에 투수코치님께서 ‘투심 한번 던져볼래?’라고 제안하셨다. 캐치볼하면서 던져봤더니 떨어지는 게 보이더라. 실전에서 써보니 빗맞는 타구가 많더라.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처음 던지기 시작했을 땐 자신의 투심이 좋은줄 몰랐다. 그는 “땅볼이 계속 나와서 설계한대로 경기가 흘러가더라. 내가 가진 장점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소형준이 투심을 던지기 시작할 무렵, 세계야구는 ‘무빙 패스트볼의 시대’였다. 시대 흐름에 맞는 투수였다는 의미다.
KT 소형준이 스포츠서울 창간 37주년 특집 인터뷰에서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구종 부자, 일부러 안던지기도
프로에서 와서 컷 패스트볼까지 장착해, 세 가지 대표 무빙 패스트볼을 모두 던지고 있다. 빠른 공만 있다면, 긴이닝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소형준은 고교시절부터 커브, 체인지업 등 타이밍을 빼앗는 공을 던졌다. 세 가지 속구계열에 커브, 체인지업을 언제든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을 수 있는 국내 투수는 많지 않다. KT 이강철 감독은 “더 많은 구종을 가졌는데, 일부러 안던진다더라”며 웃었다.
소형준은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를 던질줄 알지만, 프로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스플리터는 손가락을 벌려 던져야해서 악력이 빨리 떨어진다.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게 선발 투수의 역할인데, 맞지 않다고 생각해 안던진다”고 설명했다. 슬라이더는 장타 허용 가능성이 높아 자제한다는 게 소형준의 설명이다. 그는 “커브보다 스피드는 빠른데 떨어지는 각은 비슷하다. 속구 타이밍에 걸리면 장타를 내줄 수 있다. 컷 패스트볼과 커브를 조합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T 소형준이 스포츠서울 창간 37주년 특집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진이 새겨진 관중 출입구 계단에 앉아 손하트를 발사하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얘기를 듣다보니 타자들의 푸념이 떠올랐다. 볼 회전은 분명 커터인데, 꺾일줄 알고 스윙하면 그대로 밀려 날아든다는 얘기다. 실투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 공이 날아드는 빈도가 높으니 의도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소형준은 “당연히 의도해서 던진다”며 웃었다. 커터 등 볼에 변화가 생기는 공은 채는 순간 손가락으로 공을 더 눌러줘야 한다. 감각의 영역인데, 누르는 세기와 타이밍에 따라 볼 움직임이 달라진다. 소형준은 “좌타자 상대로 높은 코스에 커터를 던질 때 강하게 누르는 대신 살짝 밀어던지는 기분으로 악력을 조절할 때가 있다. 회전은 커터인데, 휘거나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밀려들어 가는 공이다. 이 공에 배트가 따라 나오길래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영업비밀’을 공개했다.
zzang@sportsseoul.com
<③편에 계속>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