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을 승부수로, iHQ의 시대착오적인 발상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2. 6. 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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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사진제공=iHQ

"3년 안에 tvN 만큼 성장시킬 것."

지난해 5월, 이후 '스폰서'로 제목을 바꿔 방송됐던 드라마 '욕망'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박종진 IHQ 총괄사장이 한 말이다.

대한민국 케이블 채널 시장은 2000년 중반 이후부터 CJ ENM의 채널들로 급격하게 재편됐다. 당시 업계 1위였던 CJ미디어의 채널들이 정상을 다투던 온미디어를 인수하면서 케이블채널의 경쟁은 '골리앗'이 된 CJ 계열채널들과 '다윗'으로 남은 나머지와의 자리가 됐다.

이 '비CJ' 계열의 채널로는 태광그룹 티캐스트의 자회사들과 최근 ENA로 사명을 바꾼 KT 계열의 채널들 그리고 지금 소개할 IHQ 계열의 채널들이 있다.

원래 싸이더스가 설립했던 IHQ는 이후 다양한 지배구조를 거쳐 지금의 KH미디어 산하 채널이 됐다. 새롭게 옷을 입은 IHQ는 매니지먼트 부문 못지않게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 부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그 과정에서 원래 언론인이었다가 정치인이 된 박종진 총괄사장을 영입했다.

박종진 사장은 '창조는 벤치마킹에서 시작된다'며 "'펜트하우스처럼 불륜을 주제로 교육, 부동산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루는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막장 드라마와 사극이 먹힌다. 우리는 기업이고 이윤을 남기는 데 목적이 있다. 그것이 지금의 방송가 머니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골목"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iHQ

박사장은 이후 7월 한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에서 실언에 고압적인 자세로 언론의 눈총을 받으며 불운한 전조를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IHQ는 그 이후로 이러한 총괄사장의 기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형 OTT인 '바바요(babayo)'를 론칭하고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중인데, 이 프로그램에서 IHQ가 강조하는 '대중의 관심' 그리고 '자극'의 노선이 노골적으로 보인다.

그 선두에는 최근 화제였던 드라마 '스폰서'와 데이팅 프로그램 '에덴'이 있다. '스폰서'는 개국 후 첫 드라마로 한채영, 이지훈, 구자성 등의 캐스팅이 돋보였지만 주인공 이지훈의 '갑질 논란'에 멍들었다. '솔로지옥' '환승연애' '나는 SOLO' 등 지난해부터 인기를 끈 데이팅 프로그램의 유행을 이은 프로그램 '에덴'에서는 그 자극이 논란이 됐다. 

첫 회부터 수영복 차림으로 나온 출연자들이 서로의 신체를 터치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과제에서 이긴 출연자에게는 혼숙이 기본이 된 숙소 자리 배정권을 준다. 이러한 자극적인 설정에서 나온 출연자들의 항의 모습 등 자극적인 장면을 굳이 프로그램은 피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폭력전과가 있는 출연자의 경력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IHQ의 프로그램들은 비슷한 결의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최근 론칭한 모바일 OTT '바바요'에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크게 '성(性)'과 '이슈'로 콘셉트를 잡았다.

의학예능 '꽈추업'은 남성 성기를 주제로 다룬다. '성(性) 장인'은 유튜버들이 나와 성과 관련한 장인을 만난다. 1회에는 여성용 성인기구를 만드는 장인을 만났다. '야! 하자'는 서수민 전 '개그콘서트' PD가 총괄제작을 맡은 프로그램으로 출연자들이 성과 관련된 설문결과를 맞히며 경험담을 적나라하게 공유한다.

사진제공=iHQ

다른 쪽으로는 이슈를 계속해서 만들 시도를 하고 있다. 선두에는 박종진 총괄사장이 직접 나서는 '신(辛) 쾌도난마'가 있다. 과거 채널A 시절 본인이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쾌도난마'를 더욱 '매운 맛'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프로그램은 첫 회부터 6.1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강용석 전 국회의원이 출연해 자극적인 언사를 이었다. 시사 토크쇼라 명명된 프로그램은 각계의 보수논객들이 등장해 윤석열 정부와 김건희 여사 등 주제를 갖고 정제되지 않은 주장이 난무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이외에 '신과 함께'는 무속인이 등장하는 시사 관련 토크쇼로 역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이어졌고, 법정 상황극 '변호의 신'은 첫 회부터 콘돔과 관련한 주제로 불륜을 다루는 등 이슈메이킹에 바빴다. IHQ는 그밖에도 탈모, 로또, 정력 등 과거 통속 잡지에서 소개될 만한 소재들을 연이어 다루며 기세를 올렸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고 했던가. 논란에 IHQ가 대처하는 방식도 기조가 명확하다.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을 강조할 뿐 구체적으로 개선점을 내놓는가 하는 후속조치에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일단 자극을 통해 관심을 환기하고 이슈를 생산해 악명이라도 얻어 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후발주자인 채널들에게서 없었던 것은 아니다. tvN의 과거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tvN은 개국 당시였던 2000년대 후반 비키니 모델들의 자극적인 춤을 내보낸다던가, 무속신앙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을 방송하기도 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드라마를 편성해 본격적인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거듭난 후에는 과거 초창기의 방송은 잊고 싶은 '흑역사'가 돼 있다. tvN 관계자 누구도 과거의 경향에 대해 요즘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는다.

물론 IHQ의 이러한 '노골화 전략'은 관심을 끄는 데는 일순간 기능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전략이 통했던 2000년 초중반과 상황이 다르다. 이미 시청자들은 해외 OTT로부터 들어온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에 익숙해졌고,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방식도 과거보다는 훨씬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tvN을 3년 만에 추격하겠다는 이야기는 과연 tvN의 매출을 따라갈 것인지, tvN의 완성도를 따라가겠다는 이야기인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IHQ의 연이은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이 콘텐츠의 생산자들이 지금의 시대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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