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재두루미를 살려주세요" 철원농부들의 간절한 '상생' 호소

양지웅 2022. 6. 23. 09:4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3일 오전 초록빛 벼가 쑥쑥 자라는 강원 철원평야에서 먹이를 찾는 백로와 왜가리들 가운데 유난히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새가 있었다.

아무리 늦어도 5월까지는 철원평야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져, 여름철에 이곳에서 재두루미를 발견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결국 협의체는 재두루미 무리가 철원평야에 돌아오는 가을철까지 안전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론 내리고 궁리 끝에 '두루미를 살린 쌀'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향 못 가고 남아..방제 속 생존 장담 못 하지만 천연기념물로 포획 곤란
농약 살포 미루고 안전 환경 유지해야..'두루미를 살린 쌀' 프로젝트 구상
고향으로 가지 못한 재두루미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3일 강원 철원군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논에 어린 재두루미가 머무르고 있다. 2022.6.23 yangdoo@yna.co.kr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3일 오전 초록빛 벼가 쑥쑥 자라는 강원 철원평야에서 먹이를 찾는 백로와 왜가리들 가운데 유난히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새가 있었다.

천연기념물이자 국제적 멸종위기 조류인 재두루미이다.

재두루미는 매년 가을 시베리아로부터 2천㎞ 이상 날아와 철원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낸 뒤 이듬해 3월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다시 이동한다.

아무리 늦어도 5월까지는 철원평야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져, 여름철에 이곳에서 재두루미를 발견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카메라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니 이 재두루미의 머리에는 회색 털이 남아있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린 새(유조)가 가족과 떨어져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주변 농부들은 홀로 남은 새끼를 보며 안타까워했다.

박모(67)씨는 "들개가 다가와도 멀리 날아가지 못하는 것을 보니 어디가 불편한 모양"이라며 "혹시나 고향으로 돌아갈까 훠이훠이 쫓아봐도 늘 같은 논에 머문다"고 말했다.

철원 머무르는 재두루미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3일 강원 철원군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논에 어린 재두루미가 머무르고 있다. 2022.6.23 yangdoo@yna.co.kr

재두루미가 머무는 논을 살펴보면 다른 논들보다 잡초가 무성하다. 혹시라도 새에게 위험할까 염려해 제초제도 뿌리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받을까 시끄러운 예초기를 돌리기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본격적인 농사철에 접어들면서 농부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공동방제를 해야 하는데 거센 농약 줄기에 자칫 재두루미가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염려해 방제를 계속 미룬다면 쌀 생산량이 최대 20%가량 감소해 농가에 경제적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철원두루미운영협의체는 이러한 문제를 두고 재두루미를 포획하고자 문화재청에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재두루미가 크게 다치지 않은 이상 포획은 힘들다"였다.

이달 중순께 조류 전문가와 수의사가 철원을 찾아 재두루미 상태를 살핀 뒤 "뼈나 근육에는 이상이 없다"고 진단했다.

협의체는 위험에 빠진 재두루미를 포기할 수 없었다. 범법자가 되더라도 재두루미를 포획할까 생각도 했지만, 자칫 새를 다치게 할 수 있어 망설이게 됐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에 정식으로 민원도 넣었지만 뾰족한 해답은 찾을 수 없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낙오한 재두루미와 관련한 규정이 현재까지 마련되지 않아 이를 도와줄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며 "관련한 사례를 더 많이 모으는 대로 전문가단과 함께 규정을 마련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고향 대신 철원 머무르는 재두루미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3일 강원 철원군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논에 어린 재두루미가 머무르고 있다. 2022.6.23 yangdoo@yna.co.kr

결국 협의체는 재두루미 무리가 철원평야에 돌아오는 가을철까지 안전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론 내리고 궁리 끝에 '두루미를 살린 쌀'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먼저 재두루미가 머무는 논 6만여㎡에 농약을 뿌리지 않고 청정한 쌀을 생산한다.

재두루미에게는 이 지역에 맑은 물을 공급하는 샘의 별칭인 '샘통'을 본떠 '샘통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캐릭터로 만든다.

마지막으로 이 논에서 생산한 쌀은 '두루미를 살린 쌀'로 생산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농협이나 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다. 농가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약을 치지 않아 줄어든 쌀 생산량만큼 수매가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수 철원두루미운영협의체 부회장은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가 생존에 위협을 받는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가을철까지 안전한 생존 환경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고향으로 가지 못한 재두루미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23일 강원 철원군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논에 어린 재두루미가 머무르고 있다. 2022.6.23 yangdoo@yna.co.kr

yangdoo@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