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와 함께한 3년..생부에게 버림받은 아들의 상처 치유기

성도현 2022. 6. 2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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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젠을 손목에 얹으면 머리가 깨끗해진다. 검은 눈을 보면 상실감이 사라진다. 날갯짓은 머릿속의 분노한 목소리를 잠시나마 잠재운다. 새와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나를 구해줄 힘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는 상실의 해독제가 될 수 있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 리더 데이비드 길모어의 양아들인 찰리 길모어(33)는 유명 시인이자 배우인 생부 히스코트 윌리엄스의 죽음에 비통해하면서도 까치 '벤젠'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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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플로이드 리더 아들 찰리 길모어 '까치 한 마리는 기쁨' 출간
'까치 한 마리는 기쁨'의 저자 찰리 길모어와 까치 '벤젠' [찰리 길모어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벤젠을 손목에 얹으면 머리가 깨끗해진다. 검은 눈을 보면 상실감이 사라진다. 날갯짓은 머릿속의 분노한 목소리를 잠시나마 잠재운다. 새와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나를 구해줄 힘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는 상실의 해독제가 될 수 있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 리더 데이비드 길모어의 양아들인 찰리 길모어(33)는 유명 시인이자 배우인 생부 히스코트 윌리엄스의 죽음에 비통해하면서도 까치 '벤젠'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찰리는 까치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전까지 3년간 함께하며 생부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한다.

신간 '까치 한 마리는 기쁨'(에포크)은 찰리가 자신과 두 아버지(생부·양부), 까치에 관한 가슴 속 이야기를 꺼낸 회고록이다. 우연히 삶 속으로 들어온 까치 한 마리를 통해 결국 생부와의 화해에 이르게 된다.

생부는 생후 6개월 때 저자와 그의 어머니를 버리고 갑자기 사라졌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로운 가족이 생겼지만, 생부가 남긴 빈자리는 컸다. 버림받았다는 상실감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고 10대와 20대 내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반복하며 생부에 집착한다.

그는 의붓형이 준 대마초에 중독됐고, 훔친 술을 먹고 학교에 갔다. 자동차 배기가스를 마시고 뇌로 향하는 혈류를 차단해 기절하려는 시도도 했다. 케임브리지대 시절엔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에서 폭력을 가했다는 등의 이유로 체포돼 4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찰리 길모어와 그의 까치 '벤젠' [찰리 길모어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어느 봄날 여자 친구가 폐차장 배수로에서 떨고 있는 까치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동거가 시작된다. 저자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먹이를 주고, 까치에 대해 공부도 한다. 까치는 난초의 뿌리를 뽑고 아무 곳에나 똥을 싸 저자를 난처하게 만들지만, 머리를 비비며 애교를 부리고 '컴온'이라는 단어를 내뱉으면서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러다가 생부도 30년 전 까치와 같은 까마귓과 새인 갈까마귀를 키웠고, 그 새에 대한 시를 썼다는 얘기를 어머니한테서 듣는다. 자신에게도 생명을 버리는 유전자가 있을까 봐, 갑자기 미쳐버릴까 봐 뜻밖의 평행이론에 불안해한다. 또 생부가 자식을 돌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새를 돌봤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되뇌기도 한다.

저자는 까치와 함께하며 생명을 돌보는 일의 기쁨과 숭고함을 깨닫고 자신의 상처를 마주할 용기를 얻는다. 생부와 가끔 이메일을 주고받고 몇 차례 만나면서도 거리감을 느꼈던 그는 병원에서 투병 중인 생부를 세 차례 더 만나 화해를 시도한다. 저자는 생부에게 "사랑한다"며 그를 용서했고, 생부도 "그래, 나도 그래"라고 답한다.

그는 생부의 사망 후 남은 자료들을 살피며 머릿속에 존재하는 '환상의 아버지'를 떠나보낸다. "내 아버지가 누구인지가 나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길렀느냐가 어떻게 타고났느냐를 이긴다"는 결론을 내리며 과거와 결별하고 정신적으로 독립한다. 저자는 세상이 위험하다는 핑계로 까치를 사실상 감금했다는 걸 깨닫고 까치도 풀어준다. 과도한 돌봄은 속박이 될 수 있다며 까치가 하늘을 날며 자유를 누리기를 바란다. '까치 한 마리는 불행'이라는 속설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고 말한다. 또 "까치는 내게 자신도 모를 만큼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고 고마워한다.

고정아 옮김. 344쪽. 1만8천 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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