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받는 닛산 vs 칭찬받는 삼성.. 실수에도 '초격차'가 있다 [김영찬의 디자IN텔러]
얼마 전 닛산 인피니티에서 내놓은 신형 SUV QX60의 미국 광고가 큰 비난을 받았다. 광고는 아이들이 서툰 솜씨로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연주하자 이를 참지 못한 엄마가 자신이 타고 있던 QX60의 창을 닫고 조용히 휴식을 취한다는 내용이었다. 인피니티의 탁월한 방음 성능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려 했던 것이다.
동양권에선 부모가 자식의 서툰 연주를 듣고 귀를 막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부모는 자식의 보호자이자 양육자로서 훈육의 대상인 자식을 있는 그대로 평가한다. '잘하면 잘했다 못하면 못했다' 등 대놓고 표현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물론 자기 자식의 연주이기에 대부분 웃고 넘어갈 뿐 그 실력을 타박하진 않는다.
하지만 서구권, 특히 미국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들에게 가족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국가적 이데올로기다. 다양한 인종과 언어, 문화가 뒤섞인 미국에서 가족은 이들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의 목적인 아동 또한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으며 이들의 서투름과 실수도 깔깔대며 웃어넘길 일이 아닌 위로하고 다독여야 할 문제가 된다. 최소한 주류문화에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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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전문 유튜브 채널 '투셋바이올린'(TwoSetViolin)은 지난 5월22일 영상에서 "자기 자식의 연주를 소음으로 여기는 부모를 보고 어떤 학생이 음악을 전공하려 하겠는가? 이들은 눈치가 없다(tone-deaf)"고 비판했다.
같은달 27일 영상에선 광고에 출연한 아이들이 오디션을 거쳐 선발됐으며 그럼에도 인피니티가 이들에게 일부러 불협화음을 내라고 요구했음을 폭로했다. 나이 어린 전문연주자를 뽑아 '서투른 아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버린 것이다.
게다가 실제 광고에 쓰인 음악은 영국의 오케스트라 'Portsmouth Sinfonia'가 서로의 악기를 바꿔 연주한 1970년대 음원을 재가공한 것으로 아이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닛산 인피니티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아이를 조롱하던 인피니티는 조롱의 대상이 됐고 캐나다의 '뉴브룬스윅 청소년오케스트라'(New Brunswick Youth Orchestra)는 이를 하이젝(Hi-jack)해 "상상이나 했을까요? 닛산 인피니티 같은 대기업이 제대로 된 젊은 오케스트라 하나 못 찾다니. 우리에게 연락했어야죠"라며 닛산의 광고를 대놓고 꼬집기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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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삼성전자도 영국에서 갤럭시 광고를 진행한 후 논란에 휩싸였다. 광고 내용은 무척 평범했다. 젊은 비유럽계 여성이 새벽 2시에 갤럭시 버즈를 귀에 꽂고 갤럭시 워치를 팔에 찬 후 홀로 런던의 어두운 밤거리를 달리며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이 광고는 이상할 게 없다. 한국의 젊은 여성이 새벽에 거리를 달리는 것은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에서 이 광고는 언론에서 다룰 정도로 엄청난 관심과 비난을 받았다.
가디언의 히바크 파라 기자는 지난 4월22일 기사에서 삼성의 이번 광고가 에슐링 머피, 사라 에버라드, 사비나 네사 등의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안 지난 시점에서 진행됐음을 지적했다. 이들은 대낮에 조깅을 하거나 저녁에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또는 밤길을 걷다 경찰관에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 위반으로 체포된 후 살해당했다.
'거리를 되찾자'(Reclaim These Streets)의 공동설립자인 제이미 클링글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광고가 대단히 순진(navie)하고 눈치 없었다(tone-deaf)"고 지적했다. '아스라 러닝클럽'의 창립자인 사라 이슬라 무하마드 존스 역시 "여성은 밤에 달리는 것만으로 이미 위험하지만 흑인 이슬람 여성은 더더욱 위험하다. 이는 이상적인 세계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삼성 광고에 대한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성러닝'(Woman's Running Magazin)의 편집자인 에스더 뉴먼은 파이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이가 없다. 그 어떤 여성도 도심에서 새벽 2시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혼자 조깅하지 않는다. 취지는 이해한다. 페미니즘적 메시지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삼성은 결국 지난 4월 28일 공식적으로 '이 광고가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에 대해 사과한다'(We apologise for how this may have been received)고 밝혔고 BBC와 텔레그래프 등 많은 매체들이 이를 다뤘다.
흥미로운 것은 이후 삼성 광고를 옹호하는 댓글과 동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새벽 2시에도 여성이 거리로 나가 조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치안이 안정적이라는 사실은 전세계적인 부러움을 사고 있다. 영국의 치안 상황을 간과해 비난을 받긴 했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국위선양을 한 셈이다.
닛산과 삼성은 둘 다 '눈치 없다'(tone-deaf)는 비판을 받았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를 섬세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조롱했던 닛산과 달리 삼성은 여성의 권리와 이상을 존중함으로써 광고에 대한 평가를 달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상대에 대한 이 작은 차이가 나 자신에 대한 평가까지 바꾼 것이다.
사족이지만 삼성 광고의 마지막 문구를 '당신에게도 이런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로만 바꿨어도 지금보다 자연스럽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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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 기자 chani2017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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