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주 독립의 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한 번의 실패, 두 번의 연기 끝에 마침내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 21일 오후 4시 거센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발사된 지 875초 만에 목표 궤도(700km)에서 성능검증위성을 분리했고, 945초에는 위성 모사체까지 분리해 비행 전 과정을 순조롭게 완료했다. '절반의 성공'이라 불린 1차 발사의 아쉬움을 완벽히 씻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첫 성공으로 한국형 우주개발시대의 포문을 열었지만, 아직 누리호가 갈 길은 멀다. 현장에서는 더미 위성만 실었던 1차 때나, 더미 위성과 성능검증위성을 함께 실은 2차 모두 아직까진 '시험 발사'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적어도 '진짜 시험'은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실린 3차 발사부터라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실제 운용할 이 위성을 싣고 발사에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우리가 만든 발사체에, 우리가 만든 위성을 싣고, 우리 땅에서 직접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한국형 우주개발 시대가 2차 성공으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지만, 타 선진국에 비해선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당장 오는 8월 쏘아 올릴 국내 첫 달 탐사선 다누리도 외국 발사체의 힘을 빌려야 한다. 숨 가쁘게 달려온 누리호의 발사도 아직 네 차례나 더 남아있다. 선진국을 뛰어 넘기까지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우주강국을 향한 남은 과제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여야 하고, 대대적인 투자로 국내 우주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위주의 우주개발도 촉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주연구개발과, 우주산업을 모두 총괄하는 우주청 설립이 절실하다. 특히 단순 정치적 논리가 아닌, 과학적인 담론으로 제대로 설립하는 게 중요하다.
대전 우주산업 생태계는 타지역과 비교 불가할 정도로 우수하다. 세종시나 3군 본부 등이 인근에 있고, 연구 인프라도 집적돼 최적지라는 평가다. 지구 밖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이 시점에, 우주청의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타공인 '우주강국', '우주 독립의 날'을 열기 위해 과학적 담론이 반영된 우주청 설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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