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크 공략에 하이마트·전자랜드 '털썩'..백화점·온라인까지 복병

남궁민관 2022. 6.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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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가전 양판점>
이커머스 강세, 가전 양판점 '가격 경쟁력' 무색
프리미엄 가전 제품은 백화점 공세 밀려
삼성 '비스포크'·LG '오브제' 브랜드화로 점유율도 ↓
코로나19로 급변한 소비 트랜드 채 따라잡지 못해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코로나19로 미루고 미뤄왔던 결혼식을 드디어 5월에 치른 40대 직장인 구모씨는 혼수가전을 백화점에서 모두 장만했다고 했다. 구씨는 “한 번에 여러 가전을 장만할 땐 가전 양판점이 가장 싸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카드 할인 등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실제 할인률도 백화점이 양판점 못지않아 발길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친누나 결혼 선물로 김치냉장고를 구매했다는 30대 박모씨는 구매처로 이커머스를 선택했다. 이미 제품의 스펙을 모두 알고 가격도 비슷한 상황에서 굳이 가전 양판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엔 번거로웠다고. 최근 새 집으로 이사를 하며 큰 마음 먹고 LG전자 가전 브랜드 ‘오브제 컬렉션’을 장만했다는 신모씨는 “평소 가전은 이커머스에서 구매하는데 한 번에 배송을 받기 위해 이번엔 오프라인 매장을 찾았다”며 “전용상품도 있다고 해서 LG베스트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모델이 비스포크 알렉스 프로바 에디션 선보이고 있다.(사진=삼성전자)
“가전제품 살 땐, 하이마트로 가요”라는 유명 CM송(광고방송용 노래)이 소비자들 사이에선 추억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한때 브랜드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제품 구색과 파격적인 할인가 등으로 가전 제품을 구매하는 핵심 채널로 자리했던 가전 양판점이었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줄며 실적 악화에 직면한 모양새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며 가전 양판점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롯데하이마트가 올해 자칫 1위 자리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은 높다. 최근 삼성전자 ‘비스포크’ 등 주요 제조사의 프리미엄 가전 제품 브랜드화 추세를 간과한 결과, 상당수의 소비자들을 삼성전자판매(삼성디지털프라자)에 빼앗긴 꼴이 됐다.

이사를 하거나 결혼을 하며 한 번에 여러 가전제품을 동시에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그간 가전 양판점의 핵심 소비층으로 꼽혀왔지만 하나의 브랜드로 가전제품을 통일해 구매하는 트렌드에 따라 해당 브랜드 제조업체의 전문점을 찾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8.7%에서 지난해 33.7%로 급락한 반면 같은 기간 삼성디지털프라자는 26.6%에서 33%까지 올라선 마당이다. 같은 기간 하이프라자(LG베스트샵)와 전자랜드는 대동소이한 점유율 변동을 보였지만 LG베스트샵은 삼성디지털프라자, 전자랜드는 롯데하이마트 점유율 추이를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점유율 확대를 위한 삼성디지털프라자와 LG베스트샵의 공격적인 투자가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규 출점한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 등에 삼성디지털프라자 등이 적극적으로 입점하고 있는 상황으로, 오픈을 기념한 할인 프로모션 또한 강력하게 전개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19일 오후에 찾은 서울 강남 롯데하이마트 압구정점 매장에는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사진=백주아 기자)
국내 전체 가전 시장에서 가전 양판점이 차지하는 파이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2년여간 펜트업 효과(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 현상)로 가전제품 교체가 상당 부분 이뤄지면서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두드러진 이커머스 강세도 복병으로 작용했다. 롯데하이마트가 자체 조사한 결과 국내 가전 시장은 지난해 51조7000억원 규모로, 이 중 온라인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온라인 비중이 45%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 사이 무서운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그나마 39%를 유지한 오프라인 비중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운 백화점의 약진에 밀려 가전 양판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모양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오프라인 가전 시장에서 전년 대비 매출 성장을 이뤄낸 곳은 백화점(14%)이 유일했다. 문선웅 Gfk 유통서비스팀장은 “백화점이 신규 대형 매장 출점과 매장 내 체험 공간 확대 등을 통해 잠재 구매력이 높은 고객층을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공략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며 “기존 가전 양판점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궁민관 (kungg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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