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버지' 박지성이 보는 EPL 후배 손흥민.."득점왕까지 될 줄 몰랐다..亞선수 편견 잠재워"[SS창간특집]

정다워 입력 2022. 6. 23.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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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왼쪽)이 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과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친선경기에 앞서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은 뒤 박지성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2. 6. 2.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호 선수.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41)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이하 위원)는 어느 때보다 뿌듯하게 후배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활약을 바라보고 있다.

박 위원은 국내 축구팬 사이에서 ‘해버지’라 불린다. 해외축구 아버지라는 표현의 준말로 EPL을 개척한 그의 커리어를 압축해 보여주는 별명이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잉글랜드 무대를 밟은 박 위원은 손흥민의 행보에 미소를 짓고 있다. 박 위원의 경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황금기 멤버로 활약하며 ‘언성 히어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손흥민은 직접 해결사로 나서 골을 넣고 2021~2022시즌에는 페널티킥 없이 득점왕에 등극, 주인공 구실을 한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두 사람은 한국축구 역사를 새로운 전설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박 위원은 본지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지금의 성과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라며 손흥민을 칭찬했다.

◇“솔직히 득점왕은 예상 못해”
박 위원이 손흥민을 직접 본 것은 2010년12월의 일이다. 이듬해 1월 열리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손흥민이 처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던 시기다. 당시, 나아가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성한 후, 그리고 불과 최근까지도 박 위원은 손흥민이 이 정도로 대단한 활약을 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박 위원은 “솔직히 말하면 흥민이가 EPL 득점왕이 될 것이라 예상하지는 못했다”라며 “득점왕이라는 게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인지 안다. 흥민이가 EPL에 입성한 후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성취한 지금의 성과가 너무나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라며 손흥민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이 아시아 선수를 향한 세계의 편견을 한 번에 뒤집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몇 안 되는 동양인으로서 EPL 생태계에서 살아남아 주류에 들어갔던 박 위원에게는 손흥민의 도약이 더 크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이 다시 한 번 전 세계 팬이 갖고 있는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잠재웠다. 더불어 많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동양인도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소중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일도 있었다. 페널티킥 하나 없이 득점왕에 오르고도 손흥민은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 후보에서 탈락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영국 현지에서도 논란이 된 결과였다. 박 위원 생각도 다르지 않다. 그는 “너무 아쉬운 일이다.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을 갖고도 빠지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한다면 참으로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이번 시즌 보여준 활약을 보면 후보에 충분히 들어갔어야 하지 않나 싶다. 과연 지금의 선정 방식이 최고의 방법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선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간혹 이런 상상을 한다. 박지성과 손흥민이 동시대에 뛰었다면?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것은 2011년 아시안컵이 유일하다. 함께한 기간이 너무 짧았다. 박 위원은 “축구에서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상상인 것 같다”라며 “나도 좋은 몸 상태에서 흥민이와 함께했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지성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 20주년 ‘월드컵 레전드 올스타전’ 하프타임 때 관중에 공을 던져주고 있다. 2022. 6. 5.상암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16강 가능성 50% 이하”
올해 11월에는 2022 카타르월드컵이 열린다. 월드컵 3회 연속 출전 및 득점 기록을 보유한 박 위원은 월드컵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일단 그는 벤투호의 ‘마이 웨이’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박 위원은 “벤투 감독은 긴 시간 동안 대표팀을 이끌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래도 뚝심있게 자신의 철학을 고집하며 지금의 팀을 만든 것은 정말 긍정적으로 본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제 그 결실이 어떠한 모습으로 월드컵에서 나올지 궁금하다”라고 얘기했다.

일각에선 우리가 비교적 쉬운 조에 포함됐다고 분석하지만 박 위원 생각은 다르다. 박 위원은 “아직까지 월드컵에서 우리에게 쉬운 조, 무난한 조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어려운 조 아니면 어려운 조만 있다”라며 한국이 속한 H조의 난이도는 분명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전력만 놓고 본다면 16강 진출 가능성은 50%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팬으로서 선수들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운까지 따라준다면 또 다시 원정에서 16강에 가는 모습을 볼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박 위원은 월드컵 성적의 열쇠는 K리그 선수들이 쥐고 있다고 본다. 유럽파의 경우 시즌 중에 월드컵에 가 컨디션 조절에 큰 문제가 없지만 K리거들은 시즌을 마치고 합류하기 때문에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박 위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부상 없이 월드컵을 맞이 하는 것이다. 소속팀에서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K리그 선수들이 시즌을 마친 후라 컨디션을 얼마나 잘 유지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로 일하는 박지성.제공 | 전북 현대
◇“전북 어려운 상황, 다양한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
박 위원의 현 소속은 K리그의 전북이다. 지난해부터 그는 어드바이저로 일하며 전북 운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올시즌 전북의 부진에 박 위원도 책임을 통감한다. 그는 “비판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 구단의 대응에도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도 구단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앞으로 팬의 생각과 의견을 듣고 구단의 입장과 방향에 대해서 의견을 나눌 시간을 늘려가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박 위원은 결국 성적이 어려움을 극복할 최상의 무기라고 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의 원인이 한 가지라면 해결하기 수월하겠지만 다양한 문제들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는 작은 문제들도 있지만…”이라며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는 좋은 경기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다행히 휴식기를 거쳐 지난 울산전에서 승리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잡은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래도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기력이 필요할 것이고 구단은 그 밖의 부분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꼭 부정적인 것만 있지는 않다. 전북은 박 위원이 온 후 클럽 전체에 걸쳐 유의미한 시도를 하고 있다. 숙소 생활을 폐지하고 출퇴근하는 문화가 대표적이고 유소년 쪽에서도 훈련 시간을 줄이는 등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 위원은 “유럽과 다른 부분, 한국만의 문화, 환경 등 여러 부분을 다양하게 생각하고 어떤 아이디어를 녹여 낼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더 발전시켜 나아가는 단계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특히 유소년 쪽 변화에 대해 “재능있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는 부분이 긍정적이다. 그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과 방법을 사용해야 할지 고민이다. 늦게 피는 선수들을 관리하는 방법 등도 중요하다. 전북뿐 아니라 K리그 각 클럽 별로 유소년 육성 방법의 색깔이 더 뚜렷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조언도 남겼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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