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말봉·나혜석·현진건·남영로·이상.."우리 고전의 재발견"

강진아 2022. 6.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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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013년부터 10년 맞은 '산울림 고전극장'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린 '2022 산울림 고전극장' 프레스콜에서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2022.06.23. akang@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순수귀신을 몰아내라! 살아있는 문학이 아닌 죽은 문학을 추구하니 순수 '귀신'이지. 문학이 위해야 하는 건 소설가 자신이 아니라 대중 독자여야 한다."

1937년 신문에 연재한 장편소설 '찔레꽃'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작가 김말봉(1901~1961)은 당당하게 자신을 대중작가로 선언했다. 그는 이른바 '대중문학의 원조', '멜로드라마의 대모'였다.

소설은 통속연애사를 다루면서도 고난의 과정을 겪은 후 자아를 발견하고 새로운 삶을 이어가는 주체적 여성상을 제시했다. 소설은 그의 삶이었지만 일제시대 조선어 사용 금지에 맞서 절필을 선언했고 해방 이전까지 글쓰기를 중단했다. 광복 이후엔 일제의 잔재인 공창제도 폐지 운동을 하는 동시에 소설 '화려한 지옥'을 발표했다. 하지만 '통속소설'과 '여류'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한국문학사 속에 그의 흔적은 희미해졌다.

김말봉의 소설 '찔레꽃'과 '고행', '화려한 지옥'이 무대에서 다시 태어난다. 해설자 두 명이 만담 형식으로 주고받으며 근대문학사 속 가려진 김말봉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한다. 그의 생애와 연관된 동요, 가곡, 만요(희극적 대중가요) 등도 극 사이사이에 넣어 들려준다. 22일 소극장 산울림에서 개막해 7월3일까지 공연하는 극단 수수파보리의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다.

이 작품을 포함한 다섯편이 오는 8월28일까지 '산울림 고전극장'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 2013년 시작된 고전극장은 올해 10년을 맞아 우리 고전이 지닌 매력과 의미에 집중한다. 임수현 산울림 예술감독은 "그동안 주로 서양 고전을 많이 해왔는데, 열 번째 고전극장에선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 고전을 재해석하고 재발견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린 '2022 산울림 고전극장' 프레스콜에서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2022.06.23. akang@newsis.com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의 정안나 연출은 전날 열린 간담회에서 "1930년대는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많은 예술이 묻히고 실종됐던 때다. 제게 숙제처럼 생각되는 시대"라며 "나름 문학소녀였다고 자부했는데 이번에 김말봉 선생님을 처음 알게돼 충격을 받았다. 투쟁하며 많은 수난을 겪었던 인간의 삶을 작품 속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작품은 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귀를 얼마나 기울이냐에 따라서 그 이야기가 들린다. 작업은 즐거웠고, 관객분들도 즐겁게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나혜석이 22세에 쓴 첫 소설 '경희'를 원작으로 한 '경희를 마주하다'(극단 감동프로젝트)는 7월6~17일에 공연한다. 1948년 나혜석이 1918년 쓴 자신의 소설 주인공 경희를 마주하며 젊은 날을 되돌아보게 된다. 각색을 맡은 임정은은 "문인으로서 나혜석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빛나던 시절을 다시 마주했을 때 그가 과연 어떤 선택, 어떤 생각을 할까가 이 작품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진건의 '까막잡기', 'B사감과 러브레터' 등을 바탕으로 하는 '체험, 삶의 현장'(창작집단 아라)은 7월20~31일에 관객들과 만난다. 20세기 초를 살아가는 다양한 직업군들을 다룬 단편들을 엮었다. 한국무용적인 요소도 녹여냈다.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린 간담회에 '2022 산울림 고전극장' 다섯 작품의 창작진들이 참석했다. 2022.06.23. akang@newsis.com

각색 및 연출의 정우성은 "가장 먼저 교과서를 들여다봤고, 여러 작품 중 거친 문체가 마음에 들어 선정했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현진건의 소설을 찾으려 했다"며 "100년이 지난 지금과도 그리 떨어져있지 않은 이야기다. 우리만 이해할 수 있는, 우리 고전의 힘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후기 베스트셀러로 남영로 작가가 쓴 '옥루몽'을 원작으로 한 '호호탕탕 옥루몽'(스튜디오 나나다시)은 8월3일부터 14일까지 선보인다. 인간세계로 귀양온 천상계 선관과 다섯 선녀의 일대기를 다룬다. 김예나 연출은 "조선후기 때 이 작품을 쓴 자체가 매력적이다. 충실히 해석해보겠다"고 밝혔다.

공상집단 뚱딴지의 '날개'는 이상의 동명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8월17일부터 28일까지 올리는 이 작품은 혼돈의 중심 서울,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남자의 상실된 자아를 찾기 위한 날갯짓을 그려낸다. 극에는 성별 구분 없이 주인공을 괴롭히는 허상의 존재가 애인의 설정으로 다섯명이 나온다.

양경진 연출은 "제가 10대와 20대 때 느꼈던 이상의 '날개'가 많이 달랐다. 20대 중반, 이상이 겪었던 현실과 서울의 청년들의 무게를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며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맞닿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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