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대기록을 ML에서? 지는 법을 잊은 '무패 투수'들[슬로우볼]

안형준 2022. 6.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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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했던 다나카 마사히로는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시즌인 2013년 일본 프로야구에서 대기록을 세웠다. 28경기에 선발등판해 2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7을 기록하며 전세계 최초의 '선발 풀시즌 무패'라는 엄청난 업적을 달성했다. 다나카는 대기록에 힘입어 양키스에 거액을 받고 입성했고 양키스에서 7시즌을 활약한 뒤 일본으로 돌아갔다.

아직 다나카의 대기록을 거론하기는 다소 이른 시점이지만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도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투수들이 있다. 6월 22일(한국시간)까지 규정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단 1패도 기록하지 않은 선발투수가 3명이나 있다(이하 기록 6/22 기준).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에이스인 조 머스그로브다. 머스그로브는 올시즌 12경기에 선발등판해 79이닝을 투구했고 8승 무패, 평균자책점 1.59, 피안타율 0.196, WHIP 0.92를 기록했다. 머스그로브는 올시즌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2위, 다승 2위, 이닝 12위, 탈삼진 11위, WHIP(이닝 당 출루허용율) 4위, 피안타율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모든 면에서 1위인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머스그로브가 다른 투수들보다 대단한 이유는 바로 꾸준함이다. 머스그로브는 올시즌 선발등판한 12경기 전 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올시즌 머스그로브보다 많이 등판한 선발투수는 있지만 머스그로브보다 퀄리티스타트를 많이 달성한 선수는 없다. 규정이닝을 충족시키며 전 경기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투수는 리그 전체에서 머스그로브 한 명 뿐이다.

올시즌 내셔널리그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인 머스그로브의 기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팀 OPS 0.702로 전체 17위에 그치고 있는 타선의 문제는 걸림돌이다. 머스그로브가 호투하고도 패전을 떠안는 경기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두 번째 투수는 LA 다저스의 토니 곤솔린. 곤솔린은 올시즌 가장 '핫한' 투수 중 하나다. 다저스가 공들이던 투수 유망주 그룹 출신인 곤솔린은 올시즌 드디어 그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곤솔린은 올시즌 13경기에 선발등판해 68.1이닝을 투구했고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58, 피안타율 0.150, WHIP 0.82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 다승, 피안타율, WHIP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다만 곤솔린은 긴 이닝을 던지는 이닝이터는 아니다. 올시즌 6이닝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은 단 한 번(6.1이닝) 뿐. 퀄리티스타트도 등판 수의 절반 수준인 7회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6이닝 투구가 많아졌지만 5이닝 승리를 거둔 것도 3차례나 된다. 풍부한 투수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젊은 투수들의 부상에 민감한 다저스의 '특별 관리' 덕분이다.

팀 OPS 3위인 다저스는 올시즌에도 강력한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투수 본인의 성적도 좋지만 충분히 타선이 승리를 만들어 줄 수도 있는 여건. 머스그로브에 비해 무패 행진을 이어가기 좋은 상황이다.

마지막 세 번째 투수도 역시 다저스 소속이다. 다만 성장한 유망주 곤솔린과는 다른 케이스. 다저스가 지난 겨울 1년 800만 달러 단기 계약으로 영입한 1989년생 좌완 타일러 앤더슨이다. 앤더슨은 올시즌 12경기(10GS)에 등판해 67이닝을 투구했고 8승 무패, 평균자책점 2.82, 피안타율 0.211, WHIP 0.94를 기록 중이다.

앤더슨은 앞선 두 선수와 달리 시즌 전 경기를 선발로 뛴 것은 아니다 개막을 불펜에서 맞이했고 시즌 첫 승도 불펜에서 거뒀다. 하지만 불펜에서 치른 경기가 단 두 경기 뿐인 만큼 사실상 풀타임 선발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로테이션 합류 후 성적도 10경기 59이닝 7승 무패, 평균자책점 2.90으로 뛰어나다.

오히려 팀 동료인 곤솔린보다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경우도 많다. 퀄리티스타트는 5번으로 곤솔린보다 적지만 7이닝 이상을 3번이나 투구했고 그 중 2번은 8이닝 이상 투구였다. 다만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는 곤솔린과 달리 앤더슨은 강력한 타선 덕을 톡톡히 보며 6이닝 7실점을 기록한 경기에서도 패전을 면했다(5/13 PHI전).

현대 야구에서는 선발투수의 승패를 과거에 비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승패는 온전한 투수의 능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다. 제이콥 디그롬(NYM) 2018-2019시즌 각각 10승, 11승을 거두며 사이영상 2연패에 성공한 것이 그런 흐름을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팀에 패배 대신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발투수의 가치가 폄하될 수는 없다. '지지 않는 투수'를 보유한 팀은 당연히 승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아직 시즌이 절반 이상 남아있는 만큼 냉정히 세 선수가 시즌 무패의 대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은 높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전인미답의 영역에 도전하는 에이스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올시즌 메이저리그를 즐기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방법이 될 것이다.(자료사진=왼쪽부터 조 머스그로브, 토니 곤솔린, 타일러 앤더슨)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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