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석달간 유류세 중단' 의회에 요청

[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이하 현지시간) 휘발유·경유에 붙는 연방 유류세를 석달간 면제하는 법안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면 당장 소비자들의 유류비 부담을 낮춰주기는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요를 부추겨 팍팍한 수급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유류세 석달 면제 법안 요청
CNBC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연방 유류세를 미 드라이빙 시즌인 올 여름 3개월간 면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연방유류세는 휘발유의 경우 갤런당 18센트, 디젤은 갤런당 24센트가 붙는다.

이달초 사상처음으로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유류세 한시 면제 방안이 나왔다.

바이든은 아울러 각 주 역시 유류세 부과를 일시 중단하거나 소비자들의 유류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대안들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유류세는 연방세금 말고도 각 주정부가 물리는 세금이 따로 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유류세 한시 중단으로 "미국인들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충격에서 일시적으로 숨 돌릴 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스버디의 석유분석 책임자 패트릭 드한은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바이든) 서명을 거쳐 발효되면 운전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한은 그러나 어느 정도나 도움이 될지는 석유제품 도매가격이 얼마나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느냐에 좌우될 것이라면서 법안 문구, 시기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뉴욕주의 사례를 들었다.

뉴욕주가 유류세 한시중단에 나섰지만 마침 그 때 도매 가격이 오르던 시점이었다면서 도매물가 상승이 유류세 면제 효과를 잠식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별다른 영향을 느끼지 못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다만 드한은 최근 휘발유 선물가격이 하락한 터라 유류세 인하가 현실화하면 그 효과가 더 큰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치솟는 기름 값은 11월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과 민주당에 심각한 악재다.

유권자들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물가 상승 표본 같은 것이어서 선거에 불리하다.

의회가 이 법안을 통과시킬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 소비만 부추길 것
그러나 법안 심사도 하기 전부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정책학 교수는 유류세 면제가 소비자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채 석유 업체들에만 수십억달러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비관했다.

퍼먼 교수는 "정유사들의 생산확대 여력이 이미 바닥난 상황에서 유류세 임시중단으로 고삐가 풀리면 유가가 더 뛰어올라 정유사들에만 이득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그는 "그 어떤 전문가도 이를 멀리 볼 때 좋은 생각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글로벌상품리서치 책임자도 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커리는 유류세 일시면제가 결국에는 소비 수요만 부추길 것이라면서 높은 가격이 수요를 낮추도록 시장에 맡겨 둬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상품시장에서는 흔히 "높은 가격의 치유책은 높은 가격"이라는 말이 회자된다고 지적했다.

유류세 임시면제를 통한 유가인하는 그저 임시변통일 뿐 시장 수급 불균형의 펀더멘털을 손 보는 것이 아니어서 왜곡만 초래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