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년 새 직원 연봉 1000만원 올린 대기업들, 지나치지 않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 대졸 신입 연봉을 연 2회 상여금 포함 4200만원을 주겠다고 밝혔다. 박사 학위 소지자에겐 5500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일본의 대졸 반도체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 2000만~3000만원보다 훨씬 많은 것이어서 일본 현지에선 “파격적 대우”라는 반응이 쏟아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TSMC와 경쟁하는 삼성전자의 대졸 신입 연봉은 성과급 포함 5150만원이다. TSMC 일본 법인의 초임 연봉보다 23%나 많고 박사 학위 소지자의 초봉과 비슷하다. 삼성전자 고졸 6년 차 연봉이 9000만원으로, TSMC 박사 신입의 1.6배에 이른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것도 모자라 전 직원 연봉을 1000만원 일괄 인상하고 지난해 영업이익 32조원 중 25%를 떼어내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세계 시장 점유율은 16%로, TSMC(54%)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영업 이익률(30%)도 TSMC(45%)에 못 미치지만 인건비 지출은 훨씬 많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이런 고비용 구조로 경쟁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2018년 기준 5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6097달러로, 일본(4103달러), 미국(5031달러), 프랑스(5371달러) 등 선진국보다 많게는 50%가까이 높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으로 지금 그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이다. 임금은 세계 최고인데 생산성은 꼴찌 수준이다. 한국 산업의 시간당 임금은 지난 20년간 160%가까이 올라 미국(76%)·독일(55%)의 2~3배 수준에 달한 반면 노동 생산성은 이들 나라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차량 한 대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 시간이 현대차 울산공장은 26.8시간에 달해 일본 도요타(24.1시간)나 독일 폴크스바겐(23.4시간) 등 경쟁 기업들보다 훨씬 길다. 이런 고비용·저생산성 구조로 글로벌 경쟁을 이기긴 힘들다.
대기업의 임금 인플레이션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 1분기 3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 임금은 월 695만원으로, 1년 사이 연봉이 1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특히 여력이 큰 상위 기업들이 큰 폭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한화솔루션·현대글로비스·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 등이 1년 사이 20~65%씩 인건비 지출을 늘렸다. 현대제철 노조가 현대차만큼의 특별 격려금을 달라며 50일째 사장실을 점거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그 결과 안 그래도 차이가 큰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더 벌리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빚고 있다. 고물가·저성장의 복합 위기 앞에서 대기업들이 책임감을 갖고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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