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원숭이두창

김민철 논설위원 2022. 6. 23.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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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청사에 원숭이두창 주의를 알리는 문구가 모니터에 송출되고 있다. /뉴스1

천연두는 기원전 1000년쯤부터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힌 질병이다. 두창(痘瘡) 또는 ‘마마’라고도 불렀다. ‘두’는 역질, ‘창’은 부스럼이란 뜻이다. 1796년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우두접종법(종두법)을 발견하기 전까지 상당한 사망률을 보였고 살아남아도 실명·지체부자유·곰보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사라진 줄 알았던 두창이라는 말이 ‘원숭이’라는 단어와 함께 다시 등장했다. 천연두(Smallpox)는 사라졌지만 원숭이두창(Monkeypox)이라는 새로운 감염병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1958년 연구용 원숭이들에게서 처음 발견돼 이 같은 이름이 붙었고 1970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첫 인간 환자가 나왔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중·서부 아프리카 국가에 국한된 풍토병이었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 영국·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하더니 21일 국내에서도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왔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천연두 바이러스의 사촌쯤이다. 그래서 어려서 천연두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원숭이두창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서유럽 원숭이두창 확진자를 보면 대부분 천연두 백신을 맞지 않은 젊은 층”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50대 이상은 어려서 천연두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예방 효과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천연두 백신 접종을 시행한 것은 1978년이었다.

▶원숭이두창이라는 이름 때문에 원숭이에게서 옮겨온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원숭이만 아니라 쥐·다람쥐 등 설치류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2003년 미국 일리노이주 등 6개 주에서 어린이를 중심으로 47건의 원숭이두창 집단감염 사례가 나왔다. 역학 조사 결과, 아프리카에서 애완용으로 수입한 프레리도그라는 설치류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크게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코로나처럼 공기로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주로 피부 접촉이나 감염 동물을 만졌을 때 옮기기 때문이다. 사망률도 서아프리카형은 1%, 콩코분지형은 10% 정도였지만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사망한 사례는 없다. 가급적 원숭이두창 발생 지역 방문을 피하고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 수칙을 잘 준수하면 크게 우려할 감염병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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