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의 4가지 의혹
탈북 청년 어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北送)한 사건은 전 정권의 ‘조작 완결판’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해수부 공무원을 북한군이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만행을 조작·은폐한 일만큼이나 심각한 사건이다. 강제 북송은 정권 차원에서 조작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적 행위’에 가깝다.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은 그나마 가족의 노력 끝에 진실이 밝혀지는 중이지만, 안대를 쓰고 포승에 묶인 채 판문점에서 북으로 넘겨진 탈북 청년 두 명은 누가 그 억울함을 풀어주나. 다행히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재조사를 시사했다.
진실 규명을 위해 다음 같은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첫째, 2019년 10월 31일 남하하던 탈북 어선은 이미 한국 해군이 감지하고 있었다. 이 배는 한국 해군이 북(北)으로 쫓아냈다가 다시 남하해 귀순하게 됐다. 이때 북한과 사전 교감했다는 의혹이 있다. 북한 당국이 강제 송환을 처음부터 요구한 정황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탈북 청년 2명이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했지만, 본인 의사는 확인된 적이 없다. 당사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음부터 입을 틀어막고 북한에 보낼 준비를 한 것이다.
셋째, 두 청년이 손바닥만 한 어선에서 16명을 살해했다고 하는데 이는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된 조사도 재판도 증인도 없이 두 청년을 살인자로 조작한 것이다. 집단 살인을 했다면 그 증거물인 선박을 왜 전면 소독했나. 강제 북송한 이유가 ‘살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증거물은 왜 없앴나.
넷째, 국민 몰래 강제 북송을 자행한 사실이다. 당시 JSA 대대장(중령)이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직보한 문자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누구도 알 수 없이 묻혔을 것이다.
목숨 걸고 찾아온 대한민국에서 두 청년을 강제 북송한 사건은 3만 탈북자의 피눈물이 됐다. 마지막 희망으로 여겼던 대한민국 정부가 자행한 끔찍한 범죄 행위에 2000만 북한 동포도 할 말을 잃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전 정권이 계속 은폐해 그저 작은 사건으로 치부됐지만 사실 북한 정권으로서는 매우 큰 문제였고 엄청난 사건이었다. 김정은 정권은 체제 붕괴를 막기 위해 사생결단 북(北)·중(中) 국경을 봉쇄했다. 탈출로가 막힌 북 주민들은 해상 탈북을 대안으로 생각하게 됐다. 거의 망한 수준인 북한 해군은 연료난까지 겹쳐 크고 작은 어선 수만 척을 감독·통제하기가 불가능해졌다. 2017년 원산항에서 과학자 5명이 집단 해상 탈북에 성공하자 북한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크고 작은 해상 탈북 사건이 터지자 북한 보위부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상 탈북에 성공한 청년 두 명이 판문점으로 잡혀 올라가자 이후 해상 탈북 시도는 중단됐다. 해상 탈북자 대부분은 공해상에서 한국 해군 만나기가 가장 두려웠다고 한다. 강제로 북쪽으로 밀어내거나 탈북 어민 청년 사례에서 보듯 강제 북송을 당할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다. 탈북 어민 북송은 단순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김정은 정권 체제 붕괴를 막아주기 위해 대한민국의 전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가 있다.
탈북 청년 어민 강제 북송은 북한 동포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한 대한민국 헌법과, 고문·처형이 있는 곳에 강제 송환하는 일을 금지한 유엔 난민 협약을 위반했다. 정권 차원에서 저지른 조작은 국가 존망을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강제 북송 사건의 모든 진실은 국민 앞에 한 점 거짓 없이 밝혀야 하고, 가장 엄중한 죄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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