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채·Y염색체 수집… 생체정보로 주민감시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2. 6. 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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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세계최대 생체정보 DB구축”
푸젠성은 얼굴 사진 25억장 수집
노래방·호텔 등의 방범카메라 이용

중국 저장성 항저우 주민 위모씨는 지난 12일 비행기를 타고 허난성 정저우로 향했다. 위씨는 허난성의 한 소형 은행에 예금을 해왔는데, 자금난에 빠진 은행 측이 4월부터 예금 지급을 중단하자 다른 예금주 2명과 함께 정저우 금융 당국에 항의하러 간 것이다. 위씨 외에도 피해를 본 예금주 상당수가 이미 정저우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정저우 도착 몇 시간 만에 위씨 휴대전화 앱의 ‘허난 코로나 건강 코드’가 정상이라는 녹색에서 격리 대상을 뜻하는 적색으로 갑자기 바뀌었다. 허난에서는 건물 안에 들어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코로나 감염 사실이 없는 위씨는 방역 당국에 항의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정저우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는 다음 날 항저우로 돌아가야 했다.

이런 일을 겪은 이는 위씨만이 아니었다. 이번 사태 피해자 상당수의 건강 코드가 이날 적색으로 변했다. 예금주들은 건강 코드를 관리하는 허난성 당국이 예금주들의 항의를 사전 차단하려고 건강 코드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정저우시 기율검사위원회는 22일 정저우시 공안 분야를 책임지는 시 정법위원회의 상무부서기 겸 코로나 방역 지휘부 사회 통제 지도부 부장인 펑센빙이 임의로 금융 피해자 1317명의 건강 코드를 적색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지시를 받은 정저우시 정법위 사회안정지도처 처장, 정저우시 빅데이터국 직원, 정저우시 빅데이터 발전유한공사 부총경리 등이 가담했다. 행정 기관이 데이터 조작을 통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 사건이지만 펑씨만 직위해제 처분을 받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 외국인은 “방역 명목으로 수집한 개인 정보를 중국 정부가 언제든 개인 감시와 이동 통제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하니 섬뜩하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첨단 기술을 이용해 광범위한 개인 정보를 수집, 국가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전체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후나바시 요이치 아시아퍼시픽 이니셔티브 이사장이 ‘5G 스탈리니즘’이라고 명명한 중국의 디지털 전체주의는 음성이나 홍채, 염색체 정보까지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 시각) 중국 정부의 입찰 서류 10만건 이상을 분석해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생체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중국 정부의 목표는 국가가 한 개인의 정체성과 활동, 사회적 관계를 최대한 알아내 감시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 중산시 공안은 얼굴 인식 카메라 주변 90m 이내의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장비를 구입하겠다는 입찰 공고를 냈다. 수집한 목소리를 개인의 고유한 특징을 나타내는 성문(聲紋) 형태로 추출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입찰 문서는 “성문 분석과 얼굴 인식 기술과 결합하면 범죄 용의자를 더 빨리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범죄자 추적을 명분으로 홍채나 염색체 정보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017년 이슬람교도가 다수 거주하는 신장·위구르 지역에 최대 3000만명의 홍채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이 업체는 전국 규모의 홍채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계약도 체결했다.

남성의 Y염색체도 수집 대상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Y염색체는 부계 혈통을 따라 유전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정보를 수집하면 남성 친척들 유전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허난성이 처음으로 대규모 Y염색체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이후, 최근까지 중국 31개 성(省)·시 중 최소 25곳이 Y염색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개인이 휴대전화에 어떤 앱을 깔았는지도 감시 대상이다. 2017년 광둥성 공안은 휴대전화에 위구르어 사전 앱을 설치한 사람을 파악하는 프로젝트를 입찰했다. 소수민족인 위구르인 명단을 확보하고 이들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됐다. NYT는 “지난 7년간 중국의 휴대전화 추적 기술에 극적인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식당이나 관광지, 쇼핑몰뿐 아니라 공동주택 건물이나 노래방, 호텔 등에도 방범 카메라를 설치해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푸젠성 공안의 입찰 서류에 따르면, 이 지역 공안이 방범 카메라를 통해 수집한 얼굴 사진이 25억장에 달했다. 공안 측은 방범 카메라 업그레이드를 위한 공개 입찰을 하면서 사업 목적을 “인민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다른 국가들도 국가 안보를 위해 일부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지만, 중국은 공안 분야 권한이 막강한 데다 의회나 법원을 통한 견제 기능이 사실상 없어 중국의 인권 문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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