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촉법소년 연령 낮출 때 성행교정 시스템도 개선해야

노청한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2022. 6. 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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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년, 촉법소년, 범법소년, 우범소년 등은 소년범을 세분화한 일본식 용어다. 이 중 촉법소년은 범죄행위에 저촉한 10세 이상부터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로, 범죄를 저질러도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만 받게 된다. 가장 무거운 처분인 ‘소년원 2년 이내 송치’라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대법원에 따르면 촉법소년의 범죄 건수는 최근 5년간 58% 급증하고, 강력범죄도 같은 기간 35% 늘었다.

노청한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까지 생기면서 사회 각계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공약으로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이에 맞춰 법무부는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낮추는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촉법소년을 만 14세 미만으로 정한 건 1953년 소년법을 제정하면서다. 1988년 하한선만 12세에서 10세로 낮췄다. 그러나 현재 이 나이대 아이들의 체격과 흡수하는 정보의 양은 법 제정 당시와는 천양지차다. 아이들을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이런 관점에서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낮추는 것은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성숙한 아이들을 엄벌로만 다스려 일치감치 전과자로 낙인찍으면, 성인이 됐을 때 상습적 범죄자가 될 우려가 크다.

2018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미성년자 강력범을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했던 미국, 소년형사처벌 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낮춘 일본 등 해외에선 형사 처벌확대를 통해 소년범죄 감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엄벌주의 정책은 소년사범에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처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같은 해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한 관련 의견서를 내고 “소년범죄는 단순히 엄벌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재범 방지와 피해 청소년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는 것이 실제 ‘처벌’의 목적보다는 ‘전과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해 범죄를 억제하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보다 소년원 송치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즉 ‘중범죄, 소년원 2년은 짧다’고 주장하는 8년 경력의 소년심판 전문 판사는 “일본은 소년원 송치 기간 제한이 없다. 제대로 교육됐다 싶을 때 임시퇴원 시킨다. 그래서 일본에선 임시퇴원제도가 성행교정에 도움이 크다. 12세 때 소년원에 들어가서 18~19세까지, 적어도 6년을 산다. 세밀한 중간 평가로 교화 여부를 판단한다. 우리는 과밀화, 직원부족 등을 이유로 임시퇴원제도를 운용한다. 면종복배하며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소년원 ‘임시퇴원제도’ 폐지 주장이 나온다. 우린 ‘10호 처분’받고 소년원 2년 송치해도 2년 다 채우는 애들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과학적인 근거나 객관적 기준이 없다. ‘결국 몇 살까지 낮출 것인가’는 그 시대 국가 사정과 국민 정서, 집단지성 등에 따라 정한다. 몇 살까지 내렸는데, 그들이 ‘촉법소년’임을 악용해서 흉악범죄가 속출하면 또 낮출 것인가. 범죄에 비례한 처분이 정의 원칙상 맞다.

어떤 처분을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엄중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그 아이들이 소년원에서 ‘자기만의 최소한 공간, 즉 자기침대를 갖고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환경개선과 잃었던 꿈을 찾고, 자발성을 갖고 자기주도 학습에 몰입할 수 있는 학습 등’ 속이 꽉 찬 성행교정 프로그램과 운영 시스템을 병행해야 ‘소년원생’ 낙인에서 벗어나 의젓한 ‘우리 이웃’으로 돌아올 수 있다. “선생님, 징계실도 좋으니 제발 혼자만 있게 해주세요!” 오래전 소년원생의 목소리가 아직도 선하다. 우리 어른들이 바쁠 수밖에 없다.

노청한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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