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던 별세포, 치매 치료의 새 길 연다

조승한 기자 2022. 6.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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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KIST 연구진 별세포 '요소회로'서 치매 원인 찾아.. 새 치료제 개발 기대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단장과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신경과학연구단장, 주연하 KIST 박사후연구원 공동연구팀은 별세포 속 요소회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활성화된 요소회로가 치매를 촉진하는 원리를 알아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 속 세포에서 기억력 감퇴를 유발하는 물질을 억제할 새로운 표적을 찾아냈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기억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해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단장과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신경과학연구단장 연구팀은 뇌에 있는 '별세포'에서 암모니아를 해독할 때 활용하는 요소회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치매유발 물질이 이 회로의 활성화를 가속화해 기억력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23일 밝혔다. 

별세포는 뇌를 구성하는 세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다. 알츠하이머나 염증같은 주변 환경으로 별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하며 만들어지는 ‘반응성 별세포’는 주변 신경세포에 다양한 영향을 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앞서 반응성 별세포에서 만들어진 마오비(MAO-B) 효소가 단백질 부패성분인 푸트레신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GABA)’를 만들어내 기억력을 감퇴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푸트레신이 어떻게 늘어나는지는 알지 못했다.

왼쪽이 정상 상태일 때 별세포의 요소회로, 오른쪽이 베타 아밀로이드에 의해 활성화된 요소회로의 모습이다. 평소에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자극이 없어 요소회로가 계속해 활성화하지 않지만 베타 아밀로이드가 나타나면 요소회로가 계속해 동작하며 기억력 감퇴를 일으키는 가바(GABA)를 많이 만들어낸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몸에 유해한 암모니아를 해독해 요소를 만드는 요소회로가 별세포에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고 푸트레신과 요소회로가 연결되는 것을 알아냈다. 요소는 소변의 주성분으로 간에서 암모니아를 해독할 때 만들어져 신장을 통해 배출된다. 별세포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주입하자 요소회로를 작동하게 하는 효소인 OTC와 ARG1, ODC1의 활성과 발현량이 늘었다. 합성된 요소 양도 늘었다. 요소회로 활성화는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조직에서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요소회로에서 나온 ODC1이 푸트레신의 양을 늘리는 것을 발견했다. ODC1이 푸트레신을 늘리면 마오비 효소를 통해 가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암모니아가 다시 형성됐다. 이 암모니아가 다시 요소회로로 투입되면서 요소회로를 가동하면 다시 푸트레신이 늘어나고 또 암모니아가 늘어나는 증폭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요소회로를 계속 돌리면 가바의 양이 늘어 기억력 감퇴로 이어진 것이다.

별세포에서 ODC1을 제거하자 푸트레신과 가바가 줄어드는 것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생쥐의 기억력이 회복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ODC1을 끊어 암모니아가 늘어나는 걸 막아 푸트레신과 가바가 늘어나는 것도 막은 것이다. 여기에 ODC1이 줄어들면 아밀로이드 베타가 뭉치지 못하도록 하는 반응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뭉칠수록 독성이 커지는데 이를 막는 효과도 나타난 것이다.

별세포 ODC1 억제 조절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표적이 될 수 있음도 쥐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반응성 별세포에서 ODC1을 억제하면 치매를 치료할 수 있음을 보이면서 새로운 치매 치료 방법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원인으로 여겨진 아밀로이드 베타 자체를 제거하는 치료제들이 주로 개발돼왔다. 그러나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도 중증 치매가 계속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도 아밀로이드 베타를 면역반응으로 제거하는 치료제지만 효능을 놓고 과학계 논란이 큰 상황이다. 류 단장은 “면역반응은 염증을 필연적으로 일으키는 만큼 염증이 원인이 되는 치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치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던 신경세포가 아닌 주변세포로 여겨졌던 별세포도 중요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38년 전 뇌에서 암모니아가 발생하면 치매와 연관돼 있는 것을 밝혀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는데 그 원인도 밝혀냈다. 류 단장은 “반응성 별세포는 평소에는 신경세포에 도움을 주지만 임계값을 넘어가면 오히려 신경세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며 “반응성 별세포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세포와 달리 별세포는 뇌 연구에서 비주류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한국은 별세포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만큼 별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은 더욱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단장은 “치매의 원인을 복잡하다고 설명할 때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전을 정확하게 확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류 단장은 “한국에서 전 세계와 경쟁했을 때 별세포와 같은 특정 연구는 더 잘 도전할 수 있는 소재”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요소회로와 가바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들을 공략해 새로운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단장은 “새로운 치매 억제제 선도물질로 요소회로 효소의 ODC1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전임상 시험을 통해 ODC1 효능과 독성을 확인하고 새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에 착수하면 7년 정도면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2020년 별세포가 만드는 과산화수소가 치매를 유도하는 다른 원인임을 확인하고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임상 1상에도 착수한 상태다.

이번 연구에는 주연하 KIST 박사후연구원이 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이달 23일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공개됐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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